개인적 복수차원 아닌
사회 경각심 등 강조
‘유너바머’선언문 연상
버지니아텍 총격 참사사건의 범인 조승희가 NBC 방송에 자신의 범행 목적을 설명하는 듯한 우편물을 보낸 것은 자신의 범행을 개인적 차원이 아닌 대의에 위한 행동으로 합리화하려는 반사회적 과대망상을 나타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그간의 조사 결과 정서 장애를 겪어온 조승희가 내면에 분노를 가득 지닌 채 외톨이로 지내오다 사회에 대한 분노를 일시에 분출한 것을 범행의 배경으로 이해하고 있으나 직접적인 동기는 명확히 밝혀내지 못해왔다.
조승희가 범행 당일 ‘선언문’ 형식의 우편물을 언론에 보냄으로써 자신의 범행이 개인적인 복수가 아닌 사회에 어떤 경각심을 일깨워주겠다는 시도를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그는 ‘원한’과 ‘파괴’ 등 1,800개의 단어를 이용한 선언문을 통해 분노를 표현하면서 특히 부유층에 대해 증오감을 드러냈지만 그 대상이 누구인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조승희는 지난 2005년 11월과 12월 두 여학생을 각각 스토킹한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았으나 정작 두 여학생은 화를 면했으며 그가 가장 먼저 기숙사에서 살해한 여학생도 그와는 특별한 연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웬델 플린첨 버지니아텍 경찰국장은 18일 “조승희로부터 스토킹을 당한 두 여학생은 모두 이번 대량 살상의 피해자가 아니다”며 “조승희와 희생자 32명간의 명확한 연결 고리도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고 언급, 그의 범행이 특정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것임을 시사했다.
그의 이러한 수법은 지난 1970~1990년대 이른바 ‘유너바머’(Unabomber)라고 불린 연쇄 편지 폭탄 테러범 시어더 카진스키가 ‘유너바머 선언문’이라고 명명된 ‘산업사회와 미래’라는 제목의 편지를 통해 현대 기술문명의 위험성 경고를 자신의 범행 목적이라고 주장한 것을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승희가 보낸 선언문에 “에릭과 딜런과 같은 순교자”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컬럼바인 고교 총격의 범인이었던 에릭 해리스와 딜런 클레볼드를 지칭하는 것으로 그가 컬럼바인 총기 난사 사건을 염두에 두고 이를 모방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스티브 프래어티 버지니아주 경찰국장은 “이것은 새롭고 결정적인 단서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이 우편물의 가치를 분석하고 평가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해 단순한 치정 사건보다는 계획된 범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할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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