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폭탄 테러범 ‘유나보머’ 모방한 듯
버지니아공대(버지니아텍) 총격 참사사건의 범인 조승희(23)가 미NBC TV에 자신의 범행 목적을 설명하는 우편물을 보낸 것은 자신의 범행을 개인적 차원이 아닌 대의에 위한 ‘테러’로 합리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그간의 조사 결과 정서 장애를 겪어온 조씨가 내면에 분노를 가뜩 지닌 채 외톨이로 지내오다, 사회에 대한 분노를 일시에 분출한 것을 범행의 배경으로 이해하고 있으나 직접적인 동기는 명확히 밝혀내지 못해왔다.
조씨는 지난 2005년 11월과 12월 두 여학생을 각각 스토킹한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았으나 정작 두 여학생은 화를 면했으며, 그가 가장 먼저 기숙사에서 살해한 여학생도 조씨와는 특별한 연관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웬델 플린첨 버지니아텍 경찰서장은 조씨로 부터 스토킹을 당한 두 여학생은 모두 대량 살상의 피해를 면했다고 말하고 또한 조씨와 희생자 32명간의 명확한 연결 고리도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고 언급, 조씨의 범행이 특정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것임을 시사했다.
조씨가 NBC 스티브 캐퍼스 사장 앞으로 보낸 문제의 소포에는 자신이 미리 준비한 장황한 내용의 선언문과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총을 든 남자 모습의 사진, 비디오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언론들은 조씨가 보낸 소포를 조씨의 ‘선언문’(Manifesto)으로 명명했다.
조씨는 이 선언문을 통해 부자에 대한 분노를 표하고, 이들에 대한 복수를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자신의 범행이 개인적인 복수가 아닌 사회에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한 것임을 주장한 것이다.
그의 이러한 수법은 지난 1970년~1990년대 이른바 ‘유나보머’(Unabomber)라고 불린 연쇄 편지 폭탄 테러범 시어더 카진스키가 ‘유나보머 선언문’이라고 명명된 ‘산업 사회와 미래’라는 제목의 편지를 통해 현대 기술 문명 위험성 경고를 자신의 범행 목적이라고 주장한 것을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
테러로 3명을 숨지게 하고 23명을 부상시킨 카진스키에게 ‘유나보머’란 별명이 붙은 것은 그가 주로 대학(University)과 공항(Airport)에 우편 폭발물을 보낸데 따른 것이다.
(워싱턴=연합뉴스) 박노황 특파원 n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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