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둘을 불에 태운 후레아비였지 우리는
낡은 자동차 안에 이민살이가 너무 비좁다고
얘들아 우리 같이 불타서 잿가루나 되자 하다가
난 너무 뜨겁구나 너희들 먼저 타거라로 변한 아비,
우리는 불타다가 반쪽 얼굴로 남은 아비였지
몹쓸 소식은 불길처럼 이민촌의 마른 가슴으로 옮겨 붙고
동족들은 공범, 앗 뜨거! 모두 비명을 질렀다
그날부터 잠들 수가 없는 동족의 아비들은 성냥을 들고
밤새도록 제 가슴에 불을 지르며 울었다
꿈속에서라도 우리 같이 타자꾸나 얘들아 타서 연기나 되자
아무데서도 사는 일에 걱정이 없는 연기나 되자
얘들아, 뜨거워도 참자, 너희에게는 사는 일이 욕되었고
우리는 타다 만 숯덩이로 남아 시도 때도 없이 타는 일로 욕되구나,
못다 크고 재가 된 어린것들아, 우리 가슴에 못이 되는 눈물 싹들아
너희에겐 이민살이가 너무 비좁았고
우리는 돌아앉아 성냥이나 그으며 오래 쿨럭이는 늙은 방화범들이지
* 자동차 안에서 불을 질러 아이 둘과 함께 자살을 기도한 아버지가 뜨거움을 못 견뎌 자신은 탈출하고 아이들만 타서 죽은 사건이 로스앤젤레스 이민촌에서 있었다.
<송순태>
약력: 경남 하동 출생. ‘시문학’으로 등단. 한국문협, 한국시협, 한국현대시협 회원. 재미시인협회 고문. 시집 ‘움직이는 숲’, ‘이름없는 이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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