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할 때 초심 잃으면 실패할 수도
4월로 들어서면서 UC의 금년도 신입생 입학통보도 완료되었고, 사립대학에서도 속속 입학통보를 마무리하고 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여러 대학에 입학이 되어서 기뻐하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꼭 가고 싶었던 대학에 들어가지 못해서 실망한 학생들도 있다.
금년에도 UC를 비롯해서 명문 사립대학의 사정기준이 애매한 점이 많다.
거의 나무랄 데 없는 자격을 갖추었던 학생들이 저조한 기록을 보인 반면에, 학점으로 보아서 도저히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한 학생이 뜻밖에 일류대학에 합격한 예도 있었다.
대학 입학통보를 둘러싸고 한참 들떠 있던 지난 주일, 대학 졸업반이 된 학생 몇 명이 학교를 찾아왔다.
봄방학을 이용해서 선생님들도 찾아뵙고 4년간 정들었던 교정도 한번 보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얼마 된 것 같지도 않은데 벌써 대학을 졸업하게 되었다는 젊은이들을 보니,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새삼스러운 감상과 함께, 지난 12년 동안의 교육을 마치고 인생의 새로운 장을 준비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유달리 대견스러워 보였다.
그러나 좋은 소식 다음에는 걱정스러운 소식이 따르게 마련인가 보다.
이들과 함께 4년 전 대학생활을 시작한 동급생들 중 여러 명이 금년에 대학을 졸업하기 힘들다는 소식이었다.
물론 입학한지 4년 만에 졸업을 못한다는 것이 반드시 대학생활에서 성공하지 못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많은 학생들이 두개의 과목을 전공하거나, 해외 연수나 여행을 하기 위해서, 실무경험을 하고 나중에 복교하려고, 또는 경제적인 사정으로 임시휴학을 하기 때문에 졸업을 1, 2년 연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 대학 캠퍼스의 현실이다.
그러나 그날 내가 들은 한 학생의 경우는 이 같은 정당한 이유 때문에 졸업을 못하게 된 경우가 아니다.
벤과 에이브는 둘 다 고등학교 다닐 때 수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우등생들이었다. 높은 평점과 다양한 활동으로 동부에 있는 명문대학에 나란히 합격하는 영예를 이루었다.
명문대학에서 수많은 수재들과 어울려 공부한다는 흥분과, 대학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두 학생은 열심히 공부하면서 첫해를 성공적으로 보낼 수 있었다. 문제는 2학년이 되고나서 시작되었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초심을 잃지 않은 벤에 비해서, 에이브는 2학년이 되면서부터 성적이 급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노는 것이 전공이 되다시피 한 친구들과 어울리게 된 것이다. 주말, 주중을 가리지 않고 술 마시는 저녁이 잦아지면서, 다음날 결석으로 이어지는 날들이 쌓여갔다.
마침내 학무처에서 경고를 받았다. 규정된 성적을 유지하지 못하면, 대학에서 정학처분을 내린다는 경고였다.
그래도 에이브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용돈이 궁해지자 파트타임 일까지 하느라고 학교는 아예 오지 않는 날이 더 많았다. 두 번째 경고가 왔다. 부근에 있는 2년제 대학에 가서 소정의 과목을 재이수하라는 조치였다.
아무래도 에이브는 대학을 마치지 못할 것 같다는 것이 친구들의 우려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벤은 4년 동안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고, 교수들의 추천을 받아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두 곳에서 스카우트 대상이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벤의 길을 택할지, 에이브의 길을 택할지, 금년에 신입생이 되는 학생들은 한번쯤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김 순진 <밴나이스 고교 카운슬러·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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