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동의 유일한 한인 희생자였던 이재성군의 아버지 이영희씨와 어머니 정희씨가 재성군의 사진을 보며 당시를 회상하고 있다. <신효섭 기자>
“재성이는 언제나 스무살”
“재성이는 저희의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있습니다” 지난 1992년 악몽과도 같던 폭동의 혼란 속에서 잃은 외아들을 가슴에 묻고 살아온 한인 부부가 4·29 15주년을 맞아 아들의 이름을 딴 장학기금을 기탁키로 해 큰 감동을 주고 있다.
타운 지키다 숨진
재성군 뜻 기려
부모, 장학기금 기탁
주인공은 폭동 당시 불타는 한인타운을 지키겠다며 나섰다가 유탄을 맞고 희생된 한인 청년 이재성군(당시 19세)의 아버지 이영희(71)씨와 어머니 정희(62)씨.
이씨 부부는 먼저 떠나보낸 아들을 기억하며 그동안 가족들이 차곡차곡 모아온 거금 10만달러를 몸담고 있는 교회인 나성영락교회에 이재성군의 이름을 딴 장학기금으로 내놓기로 한 것이다.
지난 15년간 가슴속에 묻어왔던 그리움과 슬픔을 장학기금 기탁을 통해 젊은이들을 돕는 뜻 깊은 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이씨 부부는 “그동안 먼저 간 아들을 생각하면서 언젠가는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준비해왔던 일인데 이제야 그 숙원을 풀 수 있게 돼 정말 마음이 기쁘고 홀가분하다”고 털어놨다.
이씨 부부는 아들 재성군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한 장학사업을 결심하고 그동안 모아온 돈을 나성영락교회 장학회에 기금을 꾸준히 기탁해왔는데, 이번주 나머지 액수의 기탁을 완료해 이재성군의 이름을 딴 공식 장학기금이 출범하게 된다. 이씨 부부의 딸이자 재성군의 여동생인 제니(32)씨 등 가족들도 이같은 이씨 부부의 뜻에 힘을 보탰다고 한다.
이씨 부부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폭동 장면이나 관련 이야기가 나오면 당시의 악몽이 되살아날까봐 일부러 외면하고 피했지만 이제는 마음을 고쳐먹고 담담하게 4·29를 맞는다”고 말했다. 그래도 자식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은 희석될 수가 없다. 어머니 정희씨는 “재성이가 인생에서 제일 빛나는 시기라는 청년 시절을 보내지 못하고 간 것이 못내 아쉽다”고 했다.
4·29 15주년을 맞는 지금 이씨 부부는 4·29가 자꾸 한인들의 기억에서 잊혀져가는 것이 아쉽고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고 했다. “4·29가 남겼던 상처는 용서할 수는 있어도 절대 잊어서는 안됩니다. 당시 한인타운에서 10만명이 모여 대행진을 벌이며 하나로 뭉쳤던 모습을 정말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같이 한인들이 뭉치는 힘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바램입니다”
한편 재성군의 15주기를 맞아 이씨 부부는 오는 29일 오후 5시 재성군이 묻혀 있는 할리웃 포레스트론에서 나성영락교회 림형천 목사의 집례로 추도 예배를 갖는다.
<김종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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