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로 불리는 네 글자 한자 표현이 간단하면서도 어떤 현상을 절묘하게 묘사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힐러리 클린턴 연방상원의원과 바락 오바마 연방상원의원의 백악관을 향한 경주를 생각해보자. 두 사람의 선거위원회에서 금년도 1/4분기 모금액을 발표한 것을 보면 ‘난형난제’ 또는 ‘막상막하’라는 표현이 꼭 들어맞는다.
1992년부터 2000년까지 대통령 부인으로서 때때로 공동 대통령인체까지 했던 클린턴 의원의 백악관 재입성 노력은 그가 미국 역사상 최초로 대통령 영부인 출신 상원의원으로 2000년 11월에 당선된 이후 예견되어 왔던 일이다. 아마도 당시로서는 겨우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이었던 바락 오바마가 혜성처럼 나타나 클린턴의 고속질주에 제동을 걸 것이라고 예견했던 사람들은 몇 없었을 것이다.
그 같은 오바마가 대통령 재목으로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연방 상원의원으로 당선되기도 전인 2004년 7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의 기조연설을 하고 난 다음부터였다. 아버지는 케냐 출신으로 미국에 유학 왔다가 캔사스 주 출신인 백인여인을 만나 결혼한 결과로 태어난 오바마의 연설 한 구절을 인용해보자.
“나의 부모들은 있을 것 같지 않은 사랑만을 공유했을 뿐 아니라 이 나라의 가능성에 대한 지속적인 믿음도 공유했습니다. 그들은 나의 이름을 ‘축복 받았다’는 의미의 아프리카 단어인‘바락’으로 지었는데 그 이유는 포용력이 큰 미국에서는 사람의 이름이 성공에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부자가 아니었지만 내가 좋은 학교에 다닐 것이라고 상상했습니다. 왜냐하면 관대한 미국에서는 누구든지 잠재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부자일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수십 번의 기립박수를 받은 오바마는 미국의 문장인 E. Pluribus Unum을 인용하면서 많은 것이 하나로 되는 게 미국임을 강조한 후 “리버럴 아메리카도 보수 아메리카도 없이 미합중국만 있을 뿐이고 블랙 아메리카, 화이트 아메리카, 라티노 아메리카, 아시안 아메리카도 없이 미합중국만이 있다”고 열변을 토해 5,000여 대의원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클린턴 진영에서 미국 역사상 최초로 1/4분기에 2,600만 달러를 모금했다고 발표하여 클린턴이야말로 틀림없이 2008년의 민주당 기치를 들 후보라는 것을 부각시키려한 것이 며칠 전이었다. 2004년 대선 때 존 케리의 부통령 후보였던 존 에드워즈는 1,500만달러를 모았지만 뉴멕시코의 빌 리차드슨이 600만달러,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의원이 400만달러, 그리고 조셉 바이든 상원의원이 200만달러를 선거기금으로 모았기에 에드워즈를 제외하고는 지레 겁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유독 오바마 진영만은 모금 상황을 공개하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며칠 후 오바마 진영은 2007년 처음 3개월 동안 무려 2,500만달러을 모았다고 발표하여 클린턴 대 오바마의 대결을 난형난제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그런데 액수만 따지면 막상막하지만 내용면으로는 오바마가 우세한 것 같다. 우선 개인 기부자들 수로 보면 클린턴이 5만인데 오바마는 10만이다. 또 오바마 기부자들 중 반수 이상은 소액을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으로 송금했다는 점도 앞으로 그들에게서 개인헌금 최고액수인 2,300달러가 찰 때까지 더 많은 기부를 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클린턴의 온라인 모금 총액은 420만달러인데 오바마의 액수는 690만달러라는 사실도 오바마가 인터넷 사용자들 사이에 더 인기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2008년 대선에서 큰 변수로 등장할 개연성은 얼마 전 유 투브(You Tube)에 떴던 반 힐리러 메시지로도 짐작할 수 있다. 좌우간 둘 다 최초가 될 가능성을 지닌 클린턴 대 오바마의 민주당 예선대결은 흥미진진하게 전개될 것임에 틀림없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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