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
UC Irvine 대학의 심리학 강의에 초빙강사로 갔다가 참석자(약 15%)의 대학생들로부터 공황 경험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강의 참석 대학생들의 공황 발생률이 일반인구 발생비율(5% 정도)을 상회하고 있어서 증상과 대처 방법에 대한 설명을 했다. 공황은 20대 중반 이후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의 한 연구에 따르면 중·고등학생, 대학생의 공황 발생률이 10%나 된다. 학업 스트레스가 정신건강에 중대한 문제를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Panic attack으로 알려져 있는 공황은 급격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의 엄습이 특징이며, 경험자들은 이런 두려움을 심장마비가 일어난 것과 동일시한다. 심장박동의 급격한 상승, 호흡의 가쁨 또는 곤란, 정신혼미, 가슴통증, 진땀, 수족 떨림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공황은 비록 심장마비가 어떤 것인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이라도 마치 심장마비가 발생하는 것처럼 극심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공황은 스트레스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심리적 현상이다. 환경에서 발생하는 변화를 인체가 소유한 자원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때 인간의 신경체계에 항상성이 깨어지면서 돌발적인 반응이 일어난다. 먼 옛날 우리 조상들이 들판에서 송곳니가 크고 발톱이 날카로운 다른 짐승들과 목숨을 걸고 싸우거나 아니면 “걸음아 날 살려라!” 달음박질 칠 때의 위기상황에서 중추신경 조직 내에 발생하는 신경생물학적 반응으로 인하여 느끼게 되는 두려운 기분이 바로 공황이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이렇게 생명에 직접적인 위험으로 다가오는 위중한 상황은 거의 존재하지 않지만 과중한 학교 공부나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는 학생들에게, 페이먼트가 잔뜩 밀려 안절부절 못하거나, 부부간에 심각한 갈등을 지속적으로 체험하거나, 직장에서 힘든 업무나 불편한 인간관계를 지속하여야 하는 현대인들에게는 바로 이러한 일상생활 속의 스트레스가 생명을 위협하는 위기상황처럼 공황 발작의 원인이 되고 있다.
어느 4학년 여학생은 지난 학기 말에 시험과 페이퍼 제출 등으로 심한 중압감을 느끼면서 기말시험을 치는 도중에 급작스러운 두려움이 엄습해 와서 마치 그 자리에서 “심장마비가 일어나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강의실에 책과 소지품이 든 가방과 보다가 만 시험지를 그대로 둔 채로 그 길로 학교병원 응급실로 달려가서는 “I am having a heart attack.”이라고 말하고 응급실에서 심전도 측정 전극을 가슴에 부착하고 의사의 심장마비는 아니라는 말을 듣고는 안정을 되찾았다고 했다. 공황 발작으로 인하여 이 학생처럼 학교 수업 중간에 뛰쳐나가거나, 직장인이 업무회의 중에 갑자기 자리를 떠서 화장실로 가서 공황의 두려움을 수습하거나 하는 행동은 개인의 일상생활에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아야 하며 이러한 행동이 지속될 경우 공황장애가 발생하였다고 진단한다.
공황은 심장마비처럼 극심한 두려움을 수반하기는 하나 신체에 어떤 의학적인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니다. 심장박동의 급격한 상승과 정신의 혼미함 등으로 다만 그렇게 느껴질 뿐이며 편도핵에 의한 교감신경계 가동으로 부신피질에서 순환계에 분비한 스트레스 호르몬이 물질대사 될 때까지 느끼는 아주 불편한 심리상태이다. 그러나 이런 불편하고 불안한 심리상태에서 평상시 심리상태와 같이 일상에 임하는 것은 상당한 인지적 사고행동 및 감정관리 기술을 요한다. 다행히 약물 및 심리치료로 공황은 거의 완전하게 치료가 되는 증상이며, 인지행동 기술 습득만으로도 스스로 공황을 극복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밝혀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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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234-8268
리차드 손 <임상심리학박사·PsychSpecialists,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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