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에도 불구하고 매주 토요일 다운타운에서 홈리스 봉사를 하고 있는 정만택(왼쪽)씨와 배승호씨.
94세 정만택 77세 배승호 옹
매주 토요일 다운타운서
따뜻한 아침식사 제공 봉사
“받은 사랑 돌려주는 것 뿐”
“우리는 늘 받기만 하잖아요. 나라에서, 교회에서. 남에게 베풀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어느새 2년이 됐네요”
올해 94세가 되는 정만택 할아버지는 매주 토요일 아침 6시 30분에 집을 나선다. 노인아파트 같은 층에 사는 배승호(77) 할아버지와 만나 발길을 돌리는 곳은 LA 다운타운의 타운(Towne)과 5가. 소위 ‘홈리스의 거리’로 불리는 이 곳에서 두 사람은 오히려 ‘받은 사랑’을 돌려줄 수 있어 기쁘다며 함박웃음이다.
두 사람이 친구가 된 것은 5년전이다. 정씨가 사는 노인아파트로 배씨가 이사를 왔다. 당시 정씨는 아파트 회장직을 맡아 통역 봉사를 하고 있었는데 두 사람은 유난히 마음이 통하는 ‘이웃’이었다.
나이차이는 열 일곱 살이지만 두 사람은 금새 ‘친구’가 됐고 현재 정씨는 아파트 회장으로, 배씨는 5층 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파트에서도 다른 노인들을 돕는데 앞장서고 있다.
‘홈리스 봉사’를 먼저 제안한 것은 정씨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라에서는 웰페어를 주고, 교회에서는 주일마다 식사를 차려주고…. 여기저기 가는 곳마다 도움만 받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던 차에 다운타운에서 홈리스 봉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이는 문제되지 않았다. 배씨도 적극 동의했다. 운전대는 배씨가 잡았다. 그렇게 2년. 두 사람은 토요일 아침마다 즐거운 마음으로 다운타운으로 향한다.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하는 날이 아니고서는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거칠 것이 없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니까 맑은 공기 마시고 아주 좋아요”라고 말하는 두 사람은 “사람들 만나는 것도 좋고, 봉사 끝나고 맥도날드에서 아침을 먹는 것도 좋고…. 좋은 것들 뿐입니다”며 활짝 웃었다.
‘롤 파운데이션’에서 두 할아버지와 함께 봉사를 하고 있는 이진덕씨는 “지난 겨울동안 정만택 할아버지가 아파 나오지 못한 적이 있는데 홈리스들도 ‘빅파더’ 어디 갔냐며 찾았을 정도로 우리 모임에서 중요한 분들”이라며 “노년에 베푸는 삶을 몸소 실천하는 모습이 아이들과 젊은 사람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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