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활동 주력하다 SBS ‘연인이여’로 복귀
한국 드라마에 8년 만에 출연하게 되니 부담감도 크고 많이 긴장되네요. 신인 같은 기분으로 촬영하고 있습니다.
한류가 일본을 강타하기 전 불모지 같은 일본 연예계에서 야무지게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온 탤런트 윤손하(31)가 8년 만에 국내 안방극장을 통해 시청자에게 인사를 한다. 30일 첫 방송하는 SBS TV 새 금요드라마 ‘연인이여’(극본 한준영, 연출 강신효)를 통해서다.
1995년 일본 후지TV에서 방송돼 인기를 끈 ‘고이비토요(연인이여)’를 원작으로 한 ‘연인이여’는 일본 인기 작가 노자와 히사시의 작품.
윤손하는 20일 오후 SBS 목동사옥에서 열린 ‘연인이여’의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원작 드라마를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이 작품 섭외가 들어왔을 때 더더욱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윤손하와 함께 유오성, 김서형, 이형철 등이 호흡을 맞추는 ‘연인이여’는 각기 다른 상대와의 결혼을 하루 앞둔 날 운명의 장난처럼 만나 평생 플라토닉한 사랑을 나누게 되는 남녀의 이야기.
지난해 9월 결혼한 새색시 윤손하는 아직 신혼이라 이번 드라마 출연을 놓고 약간 걱정은 했다. 아무래도 싱글일 때와 달리 배우자의 생각도 고려하게 된다면서 그런데 이 드라마는 불륜 같지만 사실은 아름다운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라 선택했다며 미소지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찌 됐든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것 아닌가.
▲이 작품에는 불륜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기엔 내용이 너무나 순수하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남녀가 바른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정말 사랑하지 않으면 결혼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다. ‘결혼해서 노력하면 된다’는 말은 서글픈 것 같다. 요즘에는 적당히 조건만 맞으면 결혼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 더욱 쉽게 헤어지는 것 같다.
--신혼인데 어떻게 지내고 있나.
▲결혼하고 나서도 일본 일을 계속하다 보니 신혼임에도 신혼처럼 지내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신랑 얼굴도 제대로 못 본다. 그래서 일본 쪽 일을 좀 줄였다. 2주에 한 번씩 (일본으로) 건너가 몰아서 일을 하고 오는 것으로 스케줄을 조정했다.
--현재 일본에서 출연 중인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 있나.
▲아침 요리 프로그램 ‘데리데리키친’과 남녀 출연자들을 이어주는 ‘게이코의 리얼’의 MC를 맡고 있고 NHK TV의 ‘넷주지칸’에 패널로 출연 중이다.
--8년 만의 복귀다. 왜 지금인가.
▲사실 2년 전부터 한국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었다. 그런데 스케줄이 맞지 않아 성사되지는 않았다. 그 동안 일본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지만 일본어로 연기한다는 것이 점점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는 일본에 가서 일본어를 배운 경우라 대사를 아무리 달달 외운다 해도 연기가 자연스럽지 않다. 맡는 역할도 재일교포나 유학생처럼 한계가 있다. 일본인처럼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언어의 장벽이 크게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작품이 들어와도 계속 똑같은 이미지만 보여주게 되는 것 같고 너무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2년 전부터 그런 생각이 든 까닭은 그때 한류가 일본에 상륙하면서 일본 방송을 통해 한국 드라마들이 쏟아져나왔기 때문이다. 옛날 생각 많이 하게 됐고 한국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또 사실 일본에서 한창 바쁠 때는 4~5개 프로그램에 동시에 출연하기도 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에는 정말 쇼프로그램에 많이 출연했고 고정 프로그램도 많았다. 그 때문에도 그간 한국 드라마에 출연할 여력이 없었다.
--일본에서는 어떤 활동을 했고 어떤 것을 느꼈나.
▲한국에 있을 때는 쇼프로그램에 별로 출연하지 않았는데 일본에서는 2001~2002년부터 쇼프로그램 MC와 패널을 무척 많이 맡게 됐다.
사실 일본에 가기 전에는 그들에 대한 선입견이 강했다. 그런데 가서 또래 친구들을 만나다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물론 문화적 차이가 느껴지고 또 역사적 배경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면 ‘일본인 친구들도 역사를 제대로 알면 우리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예를 들어 그들은 우리가 축구 한일전 같은 때 열성적으로 응원하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문화적 차이를 얘기하자면 너무 많다.
또 우리는 일하다 보면 금세 친해지는데 그들은 친하게 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일본에서 일하면서 한국의 소중함, 가족의 소중함을 많이 느꼈다.
--왜 이 드라마인가.
▲원작 소설도 읽었는데 아주 묘한 매력을 느꼈다. 물론 가족관계나 인물의 설정 등에서 우리나라 정서랑 안 맞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내 나름대로 한국 정서에 맞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하고 나니 어떤가.
▲’나한테 이렇게 이기적이고 못된 점이 많았나’ 하고 느끼고 있다(웃음). 결혼에는 배려가 많이 필요하다는 것도 깨닫고 있고 내가 어른이 돼간다고 느끼고 있다. 결혼하고 나니 좋은 게 그 동안은 대본 연습을 하면서 한 번도 연습 상대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신랑이 유오성 씨 대사를 맞춰주고 있다(웃음).
사실 난 일과 가정생활을 모두 잘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두 가지 일을 다 잘하긴 정말 힘들더라. 또 남편이나 나나 서로 자기를 이해해주기를 바란다는 것을 느꼈다. 일을 하려면 가정 일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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