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을 둘러싼 검증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 전 시장을 겨냥한 이른바 ‘엠비(MB) X파일’의 전개 과정이 10년전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DJ X파일’과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MB X파일’의 경우 아직 현재진행형이어서 향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지 가늠하기 힘들지만 대선을 앞두고 야당의 유력 대권주자에 대해 제기된 의혹이 정치권의 핫이슈가 된 점을 비롯해 여러측면에서 교집합이 많은 것.
우선 사태의 발단이 대선주자와 ‘악연’이 있는 개인이 쓴 출판물에서 비롯됐다는 점에 공통점이 있다.
지난 97년 당시 국민회의 총재였던 김 전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묘사해 대선정국에 적지않은 파문을 일으켰던 책 ‘김대중 X파일’의 저자는 언론인 출신의 손충무(孫忠武)씨로, 이전 87년과 92년 대선에서 김 전 대통령의 특별보좌역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전력이 있던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었다.
손씨는 그에 앞서 92년 대선 직전에는 당시 민자당 대표였던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에게 숨겨놓은 딸이 있다는 기사를 자신이 발행하는 잡지에 실어 구속되기도 했었다.
이번에 이 전 시장의 도덕적 결함을 폭로하겠다며 ‘이명박 리포트’라는 책의 출간을 준비하고 있는 김유찬(金裕璨)씨도 이 전 시장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 출신으로, 이번 폭로의 계기에는 개인적 감정도 `개입’됐음을 스스로 시인하고 있다.
두 ‘X파일’의 또다른 공통점은 사실여부를 떠나 이전까지 세간에 소문처럼 나돌던 이야기가 망라되면서 유력 대선주자에 대한 ‘흠집내기’가 시도됐다는 것이다.
‘DJ X파일’은 70년대초 북한 김일성(金日成) 주석이 일본 우스노미야 도쿠마(宇都宮 德馬) 의원과의 대화에서 김 전 대통령을 남한의 대통령으로 천거했다는 소문 등을 담았고, ‘MB 리포트’는 96년 이 전 시장의 선거법 위반 재판 당시 위증교사 및 살해협박 의혹을 비롯해 여자와 돈 문제, 현대그룹 재직시절 비화 등을 포함하고 있다.
아울러 ‘폭로’의 당사자들이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 대선주자와 날을 세우는 동안 여당에서는 이를 놓칠세라 ‘철저한 검증’을 요구하며 이슈화를 시도한 것도 같은 점이다.
물론 ‘DJ X파일’과 ‘MB 리포트’는 10년이라는 시차만큼이나 서로 다른 점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MB 리포트’의 경우 추후 사태를 더 지켜봐야 하지만 아직까지는 법적인 분쟁으로까지는 번지지 않고 있고 이 전 시장 진영에서도 적극적인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반면 10년전 국민회의는 손충무씨와 맞고소 공방을 벌여 결국 서적 판매.배포 금지와 손씨의 구속을 이끌어냈었다.
또 지금까지는 개인적 악연에 의해 문제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MB 리포트’와는 달리 ‘DJ X파일’의 경우 이후 안기부의 배후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난 점도 차이다.
한나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매번 대선이 치러질 때마다 유력주자에 대해서는 갖가지 음해와 비방이 나오기 마련이라며 사실관계 규명과 함께 이에 대한 당 차원의 철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uma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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