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한인사회를 강타한 한국 대선 열풍이 미국 내 한인 정치력 신장의 장애가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 정치에만 관심을 쏟다보면 이민자의 실생활과 직결된 미국 정치에는 소홀해져 정치력 신장에 결집력을 보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16일 오후 LA청운교회에서 열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강연회에는 수많은 한인들이 몰려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또 한인들이 타고 온 자동차들 때문에 금요일 저녁 교회 인근 도로에는 극심한 교통정체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후 LA국제공항에는 50여명의 한인들이 박 전 대표를 환영하기 위해 나왔다. 다들 먹고 살기 바쁜 이민생활을 고려할 때 기록적인 숫자다.
한국 선거 참정권도 없는 시민권자, 영주권자들이 보인 열정은 기자가 지난 2004년 한국 총선 취재 때 목격한 울산, 제주 유권자들의 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지난달 30일 열린 ‘한반도 대운하 추진 한민족 네트워크’(회장 정호영·대회장 배무한) 행사에는 400여명이 참석했다.
한국 내 여론 조사에서 연신 1위를 달리며 유력한 차기 대통령으로 손꼽히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선거공약의 하나로 내건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열성적인 지지를 보내는 LA한인들에게 인사하려고 바쁜 일정 중에도 틈을 내 참석한다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몇 안 되는 남가주의 한인 선출직 공직자들은 이런 현상을 자신이 살고 있는 미국의 정치에 대해서는 너무 무관심한 한인사회 풍토와 비교된다고 말했다.
실제 한인들은 매번 선거 때마다 아시안계 유권자의 민족별 비교에서 늘 꼴지를 면치 못하고 있다. 투표소의 체감 온도는 싸늘하고, 이런 현상은 투표율 20%를 넘지 못하는 통계에서도 다시 확인되고 있다.
베트남계가 자체적 표심으로 가주하원의원, 오렌지카운티 수퍼바이저, 교육위원 등 선출직 공직자를 무더기 배출할 때 LA한인들은 시의원 한명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한 선출직 공직자는 정치 분야에 진출해 정치적인 발언권을 얻지 못하면 한인사회는 영원한 약자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1992년 LA폭동의 교훈이 퇴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공직자는 한인단체들이 사적 이해관계나 친목단체 수준에만 머물기를 선호하고 미국 선거에서는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다가 한국 정치인만 오면 열광하는 것을 볼 때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정치력 신장에 나서고 있는 또다른 한인 인사는 너무 내부 지향적이고 모국 지향적이다 보면 주류사회에서 미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외연을 확장하지 못하면 주류사회 진입은 엄두도 못내는 현실이 될 것이라는 비관적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김경원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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