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중동지역에서 또 한 번 군사적 모험을 단행할까. 국가안보 담당부서의 고위 관계자들은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태로 보아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명문 쌓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일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이란의 핵기술 개발을 문제 삼아 왔지만 최근에는 여기에 이란 정부가 이라크의 테러집단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는 새로운 ‘혐의’까지 추가, ‘엄중한 처벌’의 정당성 확보를 위한 사전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란이 무기공급, 미군 피해 막심”
이라크내 폭력사태 배후로 의심
미, 공격할 명분 쌓기 나선 인상
이란도 초강경… 5월 공격설‘솔솔’
◇미국의 명분 쌓기
지난 2002년 의회로부터 전시 비상대권을 위임받은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의 폭력사태에 이란이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는 증거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라크와 이란의 확실한 연결고리를 잡아낸다면 군사행동을 취할 빌미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입장에서 핵확산 방지라는 구실만으로 이란 침공의 명분을 삼기 어렵다. 우선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 게다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핵무기비확산조약(NPT) 가입국도 아닌 인도의 핵보유를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공식적으론 `비핵’ 국가이면서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한 이스라엘을 감싸는 스스로의 이중성이 족쇄가 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지난해 말부터 이란-이라크 커넥션을 찾는데 눈길을 돌리고 있다. 국방부는 2004년 6월 이후 이란에서 밀반입된 고성능 폭탄으로 미군과 다국적군 170명이 죽고 620명이 다쳤다고 주장하며 이란을 이라크 종파분쟁의 배후로 몰아세우고 있다.
◇이란의 대응
이란도 미국의 공격 가능성에 적극적인 대비를 하고 있다. 이란은 지난주 오만해에서 미사일 발사 시험에 주력하는 시위에 가까운 군사훈련을 폈다. 이라크처럼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미국측에 보여주기 위한 조치다.
핵기술 개발 추진에 비판적인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까지 “미국이 침략할 땐 보복하겠다”는 강력한 입장을 공표했다.
◇5월 공격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영국의 가디언지는 부시 행정부가 두 번째 항공모함 전단을 페르시아 만에 증파하고 첨단 미사일을 공수했으며 유사시를 대비해 석유 비축을 지시해놓았다면서 오는 5월 이전에 이란 핵시설을 공습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뉴스위크지도 최신호에서 곧 세번째 항모 전단이 페르시아만에 추가 배치될 것이라고 전하고 미국과 이란은 사소한 충돌이 전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숨겨진 전쟁’ 상태에 있다고 진단했다.
◇부시의 선택
‘오기의 정치인’부시 대통령은 레임덕을 방지하고 중동 세력구도 재편이라는 정치적 유산을 남기기 위해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마지막 도박’을 벌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의회가 부여한 전쟁수행권은 이라크에 국한된다며 벌써부터 민주당이 군사행동 확대에 제동을 걸고 있고 중동지역에서의 확전에 반대하는 여론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정치적 자산을 탕진한 ‘파산’ 상태의 대통령이 무리수를 두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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