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은 금이다”라는 금언이 있다.
동서고금이 입증하는 진리이지만 지난 겨울방학동안 대입 에세이를 쓰느라고 고심했던 학생들에게는 실감이 나지 않았던 말일 것이다. 대학에 갈 때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이 그처럼 중요해지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사실 서양 역사를 돌아다보면 말과 교육은 시초부터 심오한 관계를 갖고 있다.
말이나 글을 통해서 남을 설득시키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수사학은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서양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학문으로 군림해왔다. 이는 고대 아테네에 최초로 세워진 상설학교가 웅변술을 가르치는 학교였다는 점에서 볼 수 있다.
서양 철학도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소크라테스의 제자 플라톤과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도 역시 아테네에 학교를 세웠는데 수사학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 플라톤은 대화 형식을 통해 서로 대립되는 주장을 제시, 이를 종합함으로써 진리에 도달하려 노력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을 체계화시켰다.
특히 웅변술이 로마 사회에서 차지한 위치는 오늘날에는 이해하기 힘들 정도다. 그리스인들에 비해 철학이나 수학, 음악 등 다른 학문에 관심이 없었던 로마인들은 교육 전체가 웅변술에 집중됐다. 퀸틸리아누스가 1세기에 유아교육에서부터 교양지식, 인성교육까지 전체를 망라한 교과서를 저술했는데 웅변가를 교육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에 따르면, 이상적인 웅변가는 지식이 풍부하고 덕성이 높으며 공민정신이 투철해야 하는데 이같은 사상은 우리가 지금 ‘인문교육’이라고 부르는 교육이념의 바탕이 되었다.
수사학의 영향은 그리스로마 시대에 그치지 않고 중세시대를 통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오늘날 지식과 실용적 기술이 중요해지면서 학교에서 표현력을 키우는 일이 소홀이 되고 있지만 미국 사회생활에서는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대입 에세이에서 입학사정관을 설득하거나 편지, 대화를 통해 인맥을 형성하는 기술은 대학을 졸업하고 주류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하다.
수사학에는 학문 자체 뿐 아니라 학문을 응용하는 실용성과 타인과 교감을 형성하는 사회성이 담겨있는데 이같은 문화적 배경이 미국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말이 없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온 문화에서 살아온 한인들에게는 불리한 현실인 것 같다. 지금도 한인 학생들이 백인 학생들에 비해 개성이나 표현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부모들은 자녀에게 혼자 공부만 하라고 강조하기 보다는 자녀와 대화를 하고 표현력을 키워주고 사회 이슈 등 바깥 세상에 관심을 갖게 하는 전인교육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가 생각이 든다.
<우정아> 특집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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