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평창에 규모4.8 지진 발생] 2000년대 年41회로 늘고 강도 세져
규모4.8 위력 = 소형 핵폭탄 1개
20일 오후 9시가 약간 못된 시각,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에 사는 주부 이선형(31)씨는 갑자기 집 밖에서 트럭이 지나가는 듯한 진동을 느꼈다. 4층짜리 빌라의 3층 집 안에 있던 이씨는 TV화면에 눈과 귀를 꽂았다. 지진이었다. 9시16분 이씨 휴대폰에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지진이 발생했고 여진의 우려가 있으니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는 소방방재청의 대국민 문자메시지였다. 9시26분에 이씨는 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또 받았다. 이씨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설마 우리나라에 큰 지진이 있겠나 싶어 그냥 집에 있었다며 9시46분에 ‘여진 우려가 없으니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받고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고 말했다.
강원 평창군 도암면에서 강한 지진이 발생한 20일 도암면 횡계리 한 편의점의 폐쇄회로(CC) TV에 잡힌 지진 직전(위 사진)과 직후(아래 사진)의 모습. 지진 후에는 진열대의 상품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평창= 연합뉴스
20일 오후 8시56분께 강원 평창군에서 발생한 지진의 여파는 서울에서도 그 진동을 느꼈을 정도로 강력했다. 리히터 규모 4.8 지진의 위력은 소형 핵폭탄 1개에 해당한다. 그러나 지진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은 이씨와 다르지 않다. 지진은 일본이 걱정할 일이지 우리와는 상관없다는 태연함이다.
하지만 한반도는 이제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잇따라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지진이 그 증거다. 지진 발생 횟수는 1980년대 한 해 평균 15.7회에서 90년대에 25.5회로 증가하더니 2000년대 들어서는 41.3건으로 껑충 뛰었다. 강도도 높아졌다. 사람들이 불안을 느끼는 규모 4.0 이상의 지진은 86~89년 2회에 그쳤으나 90~99년 19회로 급증했다. 2000~2005년에는 11건의 지진이 규모 4.0을 넘었다.
한반도 지진 위험에 대한 경고음은 학계에서도 활발하게 나온다. 지진을 설명하는 가장 보편적인 이론은 판(板)구조론이다. 지구 표면을 구성하는 여러 개의 판이 지표 아래의 용암 위를 떠다니다가 서로 충돌할 때 지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일본은 판의 경계선에 있어 지진의 직접 피해를 보지만 우리는 판 내부에 있어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잇단 지진 발생과 함께 학계에서는 한반도는 유라시아판 내부의 소규모 판인 아무리아판 주변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현재 이 판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어 지진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이기화 교수는 우리나라는 압력만 받으면 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 활성단층이 도처에 있는 만큼 피해 예방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위기감을 갖고 지진 연구인력과 장비를 더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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