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으로 전기가 끊긴 후 나흘간 냉방에서 새우잠을 잤다는 페더럴웨이의 한 한인목사는 그동안 가족이 겪은 암흑생활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목사님은 10대 자녀들이 학교에서 돌아오기 무섭게 자기들 방에 틀어박혀 저녁식사 때만 잠깐 얼굴을 볼 수 있었을 뿐인데 전기가 끊기자 달라졌다고 말했다.
TV도, 컴퓨터도 켤 수 없게 되자 자녀들은 부르지 않았는데도 거실 벽난로 앞으로 모여들었단다. 목사님은 자녀들이 부모가 덮은 담요 속으로 들어와 도란도란 얘기를 하는 바람에 너무나 흐뭇해서 정전의 불편을 까맣게 잊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기가 다시 들어오자 자녀들은 불침 맞은 사슴 마냥 다시 자기들 방으로 튀어 들어가 모처럼 맛본 행복감이 무산됐다며 넋두리 아닌 넋두리를 했다.
노부부만 살고 있는 켄트의 한 타운하우스도 오랜만에 북적댔다. 이스트사이드의 딸 가족이 정전이 장기화되자 피난을 왔다. 노부부는 내친 김에 근처에 사는 아들부부와 손자들도 불러들여 오랜만에 열 명이 넘는 손주들의 재롱을 한꺼번에 즐겼다고 말했다.
켄트의 다른 한 한인가정은 전기가 나가지 않았는데도 가스 스토브를 별도로 마련, 며칠째 따뜻한 식사를 하지 못한 이웃들을 초청해 음식을 나누며 그동안 소원했던 이웃 간의 정을 되살렸다. 전기가 복구된 뒤 모두들 돌아가 허전하지만 오랜만에 사람들과 북적대며 삶의 의욕을 찾았다고 고백했다.
이들은 장기간의 정전사태를 불운으로 여기면 견디기 힘들지만 생각을 조금만 달리하면 어려움 속에서도 얼마든지 행복을 찾는 길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세밑이다. 정전이 아니라도 우리 주위엔 올 한해도 힘들고 외롭게 살아온 이웃들이 많다. 이들이 겪은 정전의 타격은 일반인들보다 훨씬 심했을 것이다.
이번 암흑생활에서 얻은 ‘나누며 베푸는 삶’의 지혜를 살려 본보의 불우이웃 돕기 운동에 동참하는 한인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정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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