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세 벽안부부 ‘겨울연가’ 에 매료된 뒤 한글 깨우쳐
한사랑 교회 한글학교 졸업식서 동요 ‘나비야’ 부르기도
“보..리..차.. 웟 다스 디스 민(이게 무슨 뜻인가요)?”
벽안의 다이앤 머리(78) 할머니는 50여년 만에 다시 맞는 졸업식 날 켄트의 한사랑 교회(담임 김진모 목사) 친교실 벽에 붙은 한글을 떠듬떠듬 읽으며 주위 사람에게 의미를 물었다.
눈에 보이는 한글마다 한자한자 읽으며 뜻을 캐묻는 할머니의 모습은 말을 처음 깨우친 뒤 부모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는 어린 아이의 모습과 영락없이 닮았다.
할머니는 “작년 이맘때쯤 남편(헨리)과 함께 아시안 방송(케이블 방송 채널 70번)을 통해 우연히 ‘겨울연가’ 를 접한 뒤 한국 드라마 마니아가 됐다” 고 말했다. 그녀는 평생 봐온 미국의 솝 오페라와는 소재도, 배우들의 연기도 색다른 한국 드라마를 더 좋아하게 됐을 뿐 아니라 주제 음악까지도 사랑하게 됐다며 웃었다.
헨리 할아버지(75)는 “한국 드라마에 몰입하다 보니 배우들의 말도 알아듣고 싶었는데 마침 집 앞 한국교회에 한글 교실이 있다는 말을 전해듣고 수강신청을 하기로 했다” 고 말했다.
한국과는 개인적으로 아무런 인연이 없다는 이들 노부부는 한 달 전 교회에 나와 한국어 교실에 등록했다. 김진모 교장의 부인인 제인 김 사모는 한 달 동안 이들에게 자음과 모음을 가르쳐 줬는데 배우려는 의지가 워낙 뜨거워 벌써 웬만한 글자는 다 읽는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한글학교 졸업식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동요 ‘나비야’ 를 부르며 동심에 젖은 노부부는 “다음 학기에도 꼭 수강해서 ‘장보고’ 의 호령소리를 따라하고 싶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 교회의 한글학교 관계자들은 “한류는 안재욱, 장나라, 보아 같은 스타들만 보급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 일반 한인들도 주위의 미국인들에게 한글을 깨우치도록 기회를 줌으로서 한류열풍을 확산시킬 수 있음을 깨달았다” 며 머리 노부부를 통해 한국어 태풍이 지역에 몰아치기를 기대했다.
/정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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