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한 옛 KGB 리트비넨코 피살... 영국인들 ‘격앙’
푸틴 러시아대통령과 ‘앙숙’관계
방사성물질 ‘폴로늄 210’에 중독돼
똑같은 물질이 런던·모스크바에 있던
영국 여객기에서 발견돼 충격 더해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43) 독살사건의 파문이 시간이 지날수록 확산되고 있다.
옛 소련 정보기관 KGB(국가보안위원회)의 후신인 연방보안부(FSB)의 간부 출신으로 영국에서 망명생활을 해온 리트비넨코는 독극물에 중독돼 지난 23일 영국 런던의 유니버시티 칼리지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리트비넨코의 사망이 세계적인 뉴스로 떠오른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앙숙’인 그가 방사성 물질 ‘폴로늄 210’에 중독돼 사망한 것으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폴로늄 210 등 방사성 물질에 중독되면 몸의 모든 기관이 기능을 상실하고 멈춰서고 만다. 말하자면 폴로늄 210은 극소량만으로도 상대를 고통스런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확실한 암살수단인 셈이다.
여러 정황으로 미뤄보아 그를 겨냥한 암살기도 배후에 러시아 정보기관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 더구나 리트비넨코는 지난달 1일 자신의 집에서 쓰러지기 직전까지 영국에서 청부 살해된 러시아 여기자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 사건의 배후를 캐고 있었다. 그는 폴리트코프스카야가 FSB에 의해 암살당한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러시아는 리트비넨코 암살 의혹이 영국과의 외교 문제로 비화되자 푸틴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워 적극적인 ‘진화작업’을 펼쳤으나 불길은 엉뚱한 곳으로 번지고 말았다.
독살사건을 수사 중인 영국 경찰 당국이 30일 런던 히드로 공항에 있는 브리티시 에어웨이(BA) 소속 여객기 2대와 모스크바에 있는 또 다른 1대의 비행기에서 리트비넨코 독살에 쓰인 것과 똑같은 방사성 물질의 흔적을 찾아낸 것. BBC 방송은 폴로늄 210의 흔적은 리트비넨코와 접촉한 누군가가 이들 여객기에 탑승했거나 비행기 편으로 이 물질을 영국으로 반입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한편 예기치 못한 사태에 직면한 BA측은 런던-모스크바 노선을 포함, 최근 유럽지역을 운항한 222편의 항공여객 3만3,000여명에게 자신이 탑승했던 항공편이 폴로늄에 노출됐는지 여부를 항공사 웹사이트를 통해 확인한 뒤 건강정보 사이트인 ‘NHS Direct’나 특별번호로 연락해 도움을 받을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BA측은 “초기 조사 결과 여객기에서 검출된 방사성 물질의 흔적은 극히 소량으로 승객들의 건강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와 관련, 존 리드 내무장관이 철저한 조사를 다짐하고 있고 영국인들 역시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어 ‘방사능 암살사건’의 낙진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리트비넨코의 방사능물질 중독 전>
<리트비넨코의 방사능물질 중독 후>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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