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낙관론 vs 비관론 논란’
지금으로부터 꼭 4년 전 본보 경제섹션에 실렸던 기사의 헤드라인이다. 당시 부동산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경제학자들간 갑론을박이 한창이었다. 버블론을 강하게 제기하는 쪽과 거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그 때 비관론자들은 이자율이 내리고 실업률이 상승하면 주택 수요가 점차 줄어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로 인해 모기지 페이먼트 연체가 늘고 덩달아 차압이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융자심사 강화와 판매소요 기간을 더디게 해 시장의 열기가 급속히 식게 된다는 게 요지였다.
이보다 세 달 앞선 또 다른 기사를 보자. 부동산 거품이 언제 꺼질지 몰라 홈 오너들이 집을 팔고 현금을 챙기는 케이스가 늘고 있다는 내용이다. 권위 있는 일간지 월스트릿 저널에 서 보도한 이 기사에서는 몇 년간 두 자릿수의 주택가 상승을 기록한 LA, 샌디에고, 샌프란시스코, 샌호제, 오클랜드, 새크라멘토와 보스턴 등 거품 붕괴가 우려되는 지역일수록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전했다.
4~5년 전쯤. 토랜스 등 사우스베이에서 활동하는 한 한인 에이전트가 경제부 데스크에 전화를 걸었다. “요즘 매물이 쏟아져 나오는 등 거품이 터지기 직전인데 신문에서는 왜 부동산 시장을 정확히 전달하지 않느냐”고 강한 어조로 불만을 제기한 그는 “업계에서 15년 정도 일했는데 여태껏 예측이 틀린 적이 없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거품 논란이 한창이던 시절이기도 해 ‘현장을 누빈’ 그의 설명은 꽤나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하지만 업계의 명망 있던 전문가와 왕고참 에이전트의 예측은 모두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한술 더 떠 부동산 시장은 이후 몇 년간 절절 끓다 못해 사상 유래 없는 초호황을 구가했다.
장황하게 ‘구문’까지 거론한 이유는 요즘 부동산 시장이 하수상하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은 홍수를 이루지만 시각은 양분된다. 또 거품논란이 뜨겁다.
시장도 헷갈리기만 하다. 냉각기에 접어들었다는 데 거래량만 감소할 뿐 가격은 꿈쩍하지도 않는다. 아니 일부 지역에서는 계속 오르기도 한다.
예비 바이어들과 셀러들의 고민만 깊어지게 됐다. 조정기가 필요하다는 설명도 들리나 성에 차지 않는다. 제값 받고 팔 때까지 기다리자니 집값이 떨어질까 걱정인 셀러와 달리 잠재 구매 희망자들은 반대의 가슴앓이를 한다.
‘부동산 좀 안다’는 사람들은 한 마디씩 거든다.
“어차피 가격은 더 안 떨어지니 실수요라면 그나마 이자율 싼 지금 구입하라.” “다른 지역은 몰라도 이민자가 많은 캘리포니아는 절대 하락하지 않는다.” “집값 역시 한번 오르면 좀처럼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은 평범한 진리다.” 모두 그럴듯하다.
반대 논리 역시 만만찮다.
“내년에 변동 모기지를 가진 소유주들의 금리가 한꺼번에 오르면 손을 드는 홈오너들이 넘쳐날 것이다.” “주택 재고가 사상 최고치다. 공급이 넘치면 가격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참에 또 다른 전문가의 ‘조언’까지 들어볼까.
“시장 전망이 불투명할수록 극단적인 방식을 피하는 게 좋다. 셀러들은 성급하게 집을 팔지 말고 바이어들은 무리하게 집을 구입하는 공격적인 자세보다 다소 보수적인 접근방식을 택하는 것이 좋다.”
‘말하면 숨찬 이야기’지만 어쩌랴. 내로라하는 학자들이나 부동산 전문인조차 ‘확신에 찬 전망’을 내놓지 못하는 마당에.
“큰 재산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담함과 용의주도한 신중함이 있어야 하고, 재산을 만들어 그것을 유지하는 데는 재산을 만들기까지 쏟은 힘의 몇 배나 더 큰 대담함과 신중함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라는 랄프 왈도 에머슨의 명언이 생각난다.
이해광 경제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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