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데이트를 즐기고 실제 만나는 것은 나중에 할 수 있다. 이상한 말처럼 들린다. 인터넷 전화서비스인 스카이프(Skype)를 이용하면 가능하다. 전 세계 싱글들의 사랑방 역할을 한다. 게다가 무료다. 웹캠으로 서로를 보면서 데이트를 할 수 있다. 상대방이 잠자는 모습까지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보통 남녀가 사귈 때는 전화로 정담을 나누고, 영화를 보러 가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서로를 소개한다. 진도에 따라서 서로의 친밀감이 달라지고 그 과정도 다르다. 그러나 마크 패서바이와 알와 알사반의 연애코스는 일반적인 경로와 판이했다.
인터넷 무료전화 사이트 ‘스카이프’ 사용자 1억명
원거리 장애 극복 전 세계 싱글들의 진정한 사랑방
전화로 상대 목소리 듣고 웹캠으로 잠자는 모습까지
이집트-미국, 캐나다-과테말라, 벨기에-인도 커플도
이들은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다. 시차가 6시간이고 문화적인 차이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부동산 회사 리맥스의 기술개발 부문에서 일하고 있는 패서바이(41)는 미시건 랜싱에 살았고 알사반은 이집트 카이로에 살았다. 그런데 이들이 스카이프의 도움으로 연인이 됐다. 돈 한 푼 안 들이고 애인을 구한 셈이다. 2005년 11월 이들은 결혼식을 올렸다. 의사인 살사반(25)은 “주위에서 다들 우리보고 미쳤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주위의 눈총에 아랑곳 하지 않고 살사반은 미시간으로 왔다.
스카이프는 언어가 통하고 인터넷을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남녀교제가 아무 제한 없이 이루어진다. 벨기에-일본 커플, 독일-이스라엘 커플, 미국-이집트 커플이 탄생했다. 과테말라 손톱미용사와 인간복제를 주창하는 레알리언 그룹의 회원인 캐나다인이 연인 사이로 발전하기도 했다.
야후, 구글, MSN 등도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스카이프가 한발 앞서 시작했다. 그 뿐 아니라 사용자들이 개인구좌를 만들어 입금한 뒤 일반 전화나 셀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스카이프는 2003년 창립됐다. 보이스 메일과 비디오 통신도 갖추었다. 사용자가 1억명이 넘는다고 한다. 애초에 스카이프는 서로 아는 사람들끼리 통신수단으로 사용됐었다. 출장중인 배우자들 간에 대화나, 대학생들, 야영 중인 친구들과의 연락수단이었다.
그러다 중매 사이트들이 스카이프의 유용성을 발견해 이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스카이프가 뜨게 됐다. 1만4,000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중매사이트 someonenew.com의 공동소유주 데이빗 핀리는 “자신에게 맞는 상대를 고르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으나 스카이프를 접속한 뒤로는 전화 한두 통에 금방 자신에 맞는 사람을 찾아낸다”고 했다.
핀리는 “서로를 아는데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은 직접 목소리를 들으면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이런 타입이니 저런 타입이니 하는 도식적인 분류방법과는 다르다”고 했다. 스카이프의 위력을 대변하는 말이다. 이집트 의사인 살사반은 “상대가 말하는 스타일과 웃는 스타일을 알 수 있다. 피곤한지, 다소 기분이 가라앉아 있는 지까지 알 수 있다. 이메일보다 한결 낫다”고 했다.
살사반과 패서바이는 서로의 공통점을 찾고 서로의 수면 스케줄을 맞추었다. 그리고 같이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었다. 물론 몸은 이억 만리 떨어져서 말이다. 모두 스카이프의 덕으로 가능했다. 결국 패서바이가 살사반을 직접 만나러 이집트로 날아갔다. 살사반의 부모를 설득시켰다. 그리고 첫 만남에서 결혼에 골인했다.
미확인 비행물체(UFO)를 믿고 인간복제를 적극 주창하는 레알리언 그룹의 캐나다 회원 마셀 자내튜(41)는 몬트리올에 산다. 그가 과테말라에 사는 손톱미용사 미미 콴(42)을 스카이프를 통해 알게 됐다. 하루에 몇 시간씩 대화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사진을 교환했다.
자내튜는 스카이프의 웹켐을 통해 콴의 세 자녀를 보았다. 그리고 관은 자내튜를 과테말라로 초대했다. 자내튜는 “예전에 한 여성을 알게 됐는데 이 여성이 자신을 속였다. 그러나 처음엔 확인할 길이 없어 그대로 속고 말았다. 스카이프의 웹캠을 사용하면 이런 실수를 범하지 않는다”고 했다. 자내튜는 콴과 만나 아주 오랜 연인처럼 다정하게 지냈다. 자내튜는 “서로 접촉을 하지 못했을 뿐이지 아주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물론 스카이프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화로 상대와 접속하다보니 사용자들이 끈기 있게 상대를 평가하는 시간을 갖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전화가 상대를 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이긴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인간의 내면 깊은 곳까지 알기에는 시간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스카이프에 등록한 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실제 자신과 다른 모습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한 여성 사용자는 “아마 스카이프에서 내게 연락을 하는 사람 가운데 절반 가량 자신을 과장하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렇지만 스카이프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싱글들에게 샘물과 같은 존재임은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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