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5일 집권 중 두자일 시아파 주민을 학살한 죄로 사형을 선고받음에 따라 향후 관심은 과연 형집행이 이뤄질 지로 모아지고 있다.
이라크 고등법원에 설치된 두자일 사건 특별재판부는 이날 후세인과 그의 최측근 2명에게 교수형을 선고했다.
이는 후세인 정권 붕괴 후 미 군정당국이 폐지한 사형제를 미국의 동의를 얻은 이라크 정부가 후세인 재판을 앞두고 있던 2004년 6월 부활시킨 결과다.
이라크 정부는 사형제 부활 후인 올해 3월 후세인 정권 붕괴 후 처음으로 저항테러에 가담한 13명을 처형하는 등 여러 건의 사형을 집행했다.
따라서 후세인의 처형은 형이 확정될 경우 불가피하게 된다.
그러나 후세인과 그의 측근 2명에 대한 형 집행이 단기간에 성사될 가능성은 없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후세인 변호인단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뜻을 밝힌 상태이고, 또 이라크 현행 법은 1심에서 사형판결이 내려지면 자동으로 해당 사건을 항소심 관할로 두도록 규정해 조만간 항소심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사 5명으로 구성된 1심 재판부 보다 확대돼 9명의 판사가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도 원심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후세인 재판이 전쟁에서 승리한 미국의 입김에 따라 진행되는 전리품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세인을 처형하는 문제는 이라크 정부나 후세인을 범죄자로 만들어 놓은 미국이 엄청난 역풍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처형이 이뤄질 지를 놓고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이날 후세인에 대한 사형선고가 내려진 바그다드의 수니파 지역에서는 폭동성 시위가 일어나는 등 후세인을 지지하는 수니파 세력은 대대적인 저항에 나설 태세를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후세인을 처형할 경우 이라크는 더 혼란스런 상황에 빠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후세인을 처형할 경우 미국이 입게 될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아랍권에서는 후세인을 처형하려면 조지 부시 대통령의 전쟁범죄 혐의도 똑같이 재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이라크 정부는 저항세력의 기를 꺾기 위해 저항세력의 정신적 구심점 역할을 해 온 후세인을 제거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으로 보여 처형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도 어렵다.
일각에서는 후세인 재판이 그가 옥중에서 자연스럽게 죽을 때까지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라크 현행법은 항소심 기한을 정해 놓고 있지 않아 재판이 사실상 무한정 계속 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반면 사형판결이 확정되면 30일 이내에 형을 집행토록 하고 있다.
형 집행과 관련된 또 하나의 변수는 후세인이 23년의 철권 통치 기간에 저지른 수많은 반인륜 범죄 혐의이다.
후세인은 1988년 쿠르드족 마을 할라브자에 대한 화학무기 공격을 지시해 약 5천 명을 학살하는 등 쿠르드족 탄압정책을 편 혐의로 지난 8월 추가 기소돼 재판을받고 있다.
그는 또 1990년 8월 쿠웨이트를 침공하고, 1991년 걸프전 직후 반정부 봉기에 나선 남부지역의 시아파와 북부지역의 쿠르드족을 무차별 학살하는 한편 중남부 습지대에 거주하는 마시 아랍족이 이란과의 전쟁 때 반정부 활동의 기반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학살한 혐의에 대한 재판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이밖에 집권 기간에 이라크 전역에서 정보기관 및 집권 바트당원들이 자행한 각종 인권유린 행위와 의문사 사건과 관련한 재판도 받아야할 처지이다.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은 이와 관련, 지난 4월 후세인의 모든 범죄 혐의들을 재판할 것이라며 두자일 사건으로 선고되는 형의 집행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을밝혀 후세인 재판의 장기화를 예고해 놓았다.
이런 주변의 정황으로 올해 69세로 비교적 고령인 후세인도 지난 3월 감옥에서 전범재판을 받던 중 건강악화로 자연사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슬라비아 대통령과 같은 길을 가는 게 아니냐는 조심스런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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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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