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행정부는 수십 억 달러를 들여 워싱턴,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의 만성적인 무숙자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변두리 지역에 사는 무숙자들에게는 별로 도움이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전국적으로 보면 시골이나 소도시에 사는 무숙자들은 전체 무숙자 60만 명 가운데 약 6%를 차지한다. 수적으로는 확실히 적다. 그러나 지방정부들로서는 관할지역 무숙자들을 돕기가 어렵다.
살 곳 없어 떠도는 것도 서러운데
연방정부 재정지원 등 대도시에 집중
‘SOS’에도 “관련서류 제출하라”고자세
콜로라도 변두리 소도시 트리니대드 봉사단체들
차압주택 ‘1년 1달러 임대’ 무숙자 갱생 터전으로
봉사단체들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경제사정이 녹록치 않고 공장들이 문을 닫는 경우가 있으며 농부들도 살림살이가 영 말이 아니다. 무숙자를 도울 여력이 없다.
그리고 변두리 지역의 무숙자 지원행사는 상당부분 교회나 자선단체들에 의해 행해지고 이러한 행위는 집계가 쉽지 않다. 그래서 무숙자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어렵다. 정부가 만성적인 무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원을 집중하면서 변두리 커뮤니티가 소외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콜로라도 주 트리니대드에 살고 있는 존 로바토. 덴버 남쪽 180마일 떨어진 외딴 동네다. 그는 버려진 버스를 집으로 삼고 있다. 가끔 이 버스에서 잔다. 물론 다른 곳을 배회하다가 아무데서나 자는 경위도 부지기수다. 버스 안에는 엉터리 침대, 담요 등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다. 로바토는 알콜 중독자다. 대낮에도 술병을 찾는다. “나는 도움이 필요하다. 나는 그것을 안다. 그런데 어디에서 도움을 구해야 할 지 모른다.” 로바토의 절망감이 배 있다.
최근까지 소도시 정부는 이들 무숙자들에게 ‘그레이하운드 치료법’을 실시했다. 그레이하운드 버스표를 무료로 주어 큰 도시에 가서 치려를 받든지 숙식을 해결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이 것도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무숙자 문제는 여전히 곪아가고 있었다. 이제는 변두리 시정부라도 자체적으로 해결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하지만 의욕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연방 주택 및 도시개발부를 비롯해 다른 연방정부기관들은 구체적인 기록이 있어야 재정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소도시의 무숙자 관련 자료는 그야말로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않았다. 그러니 정작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워싱턴과 미시건의 소도시들은 무숙자에 관한 기록을 잘 보관한 모범사례다. 부시 행정부의 무숙자 지원 총책임자인 필립 망가노는 “이들 모범사례를 잘 보고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 9,000명의 트리니대드에서 ‘오픈 도어 숩 키친’을 운영하는 샌디 에스피노자. 그녀는 교회로부터 한켠을 빌려 어려운 사람들의 ‘사랑방’을 마련했다. 알콜중독자, 출감자 등 하루 85명이 점심을 먹는다. 몇 년 전에 비하면 2배나 된다. 홈리스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증거다. 점심을 먹던 한 남자는 “셀터가 필요하다”고 했다. 어디에서 자느냐는 질문에 그는 “다리 밑에서 잔다”고 했다.
교회의 자원봉사자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홈리스, 알콜 중독자 들을 돕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홈리스 셸터가 시급하다. 로바토는 “목사님이 나를 도와주고, 이 곳 숩 치킨이 내게 먹을 것을 준다. 그리고 옆에 있는 내 친구가 나를 도와준다”고 했다. 그러나 조직적이고 근본적인 도움을 갈망하는 눈빛이었다.
트리니대드의 봉사단체들이 얼마 전 아이디어를 냈다. 연방농무부 지역사무소가 관리하는 차압 주택들을 홈리스들에게 공급하는 방안이다. 렌트는 1년 계약 1달러. 주택 한 채가 나왔다. 자력갱생할 때까지 살 수 있다.
집을 관리하고 전기세, 물세 등은 교회와 자원봉사단체가 십시일반으로 돕는다.
가정폭력으로 셀터에 머물던 브렌다 홀귄이 이 집에 살게 됐다. 남편에게서 네 자녀 가운데 둘을 데리고 올 수 있게 됐다. 홀귄은 “여기서 가족이 함께 살면서 재기하겠다. 살 집이 있다는 게 무척 감사하다”고 했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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