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5일(현지시각)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동에서 연방기금 금리를 5.25%로 계속 유지하리란 관측이 유력한 가운데 월가의 관심은 이 같은 금리 고수가 지난 1995년 보다 더 길어질지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분석했다.
저널은 FRB가 지난 1995년 5개월간 금리를 동결시킨 후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음을 상기시키면서 지난 6월 이후 금리가 동결되고 향후 몇달 사이에 인하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것이 당시와 흡사한 구도라고 지적했다.
저널은 그러나 FRB 지도부의 최근 시사는 금리 동결이 1995년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쪽으로 나왔다고 전했다. 그 이유로 금리가 당시보다 낮으며 FRB의 인플레 부담도 그때처럼 절박하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이 3주 전 예의 주시한 결과 인플레가 가중되지 않고 어쩌면 그대로 유지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저널은 지적했다. 변동이 심한 식품과 에너지를 뺀 ‘근원’ 물가가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좀 더 확신하고 싶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는 분석도 곁들여진다.
저널은 버냉키의 이런 입장이 전임자인 앨런 그린스펀과는 다르다고 평가했다. 그린스펀이 지난 1987년 FRB 의장에 첫 취임했을 때 인플레가 약 4%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른바 ‘인플레 목표치’를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린스펀의 이런 입장은 지난 1994-95년 FOMC 회의록을 보면 확인돼 당시도 인플레 우려가 많았으나 정작 회의에서는 별반 집중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당시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총재를 지낸 로버트 포레스탈은 저널에 당시 물가 안정에 대해 얘기하기는 했으나 정작 중요한 포인트인 어느 정도 수준까지 포용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린스펀의 모호한 입장에 대해 FOMC 일각에서 불만이 있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그린스펀이 이런 모호한 입장을 취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그린스펀이 내심 갖고있던 인플레 장기 목표치가 초과될 경우 경기 촉진을 위해 금리를 내리는 것이 용이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린스펀의 판단은 결국 옳은 것으로 판명돼 이른바 ‘기회적 디스인플레이션’이란 성공적인 통화 정책을 수행할 수 있었다고 저널은 지적했다. 디스인플레이션이란 인플레가 둔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버냉키의 현재 접근은 ‘심사숙고 차원의 디스인플레이션’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저널은 덧붙였다.
그린스펀의 이런 접근 덕택에 물가는 계속 안정을 이뤄 지난 2003년 중반 근원 인플레가 1-1.5% 수준까지 안정됐다고 저널은 지적했다.
이후 근원 인플레는 지난 9월에 2.9%까지 다시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것도 FRB 입장에서는 여전히 수용 가능한 수준이라고 저널은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버냉키를 비롯한 FRB 지도부는 사실상의 인플레 목표치가 2% 수준임을 기회있을 때마다 밝혀왔다.
인플레에 대한 버냉키의 입장은 여전히 느긋한 것으로 보인다고 저널은 지적했다. 왜냐하면 유가가 약세를 지속하고있기 때문에 근원 물가가 2008년까지 2%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또 미국의 성장이 지난 6월 이후 연율 기준으로 2.5% 미만으로 낮아졌으며 이 추세가 내년 중반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점도 FRB가 기대는 부분이다. 성장 둔화는 인플레 진정 요인이기 때문이다.
저널은 일각에서 2000년의 ‘닷컴버블’ 폭발을 우려하는 얘기도 나온다면서 그러나 지금의 주택시장 둔화를 당시의 나스닥 폭발과 같은 맥락에서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견해가 월가의 중론이라고 지적했다.
저널은 또 FRB가 직접 통제하는 단기 금리가 지난 1995년이나 2000년에 비해 모두 낮고 장기 금리의 경우 더 낮은 점을 상기시켰다. 미국채 수익률의 경우 현재 1.7%에 불과해 지난 2000년 9월의 2.8%나 1995년 5월의 3.4%를 모두 크게 밑돈다.
도널드 콘 FRB 부의장이 3주 전 금융시장 상황이 대출과 소비 모두를 여전히 뒷받침하는 상황이라고 낙관적인 진단을 내놓은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는 시장 금리가 (아직은)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FRB 관계자들은 장기 금리가 이렇게 낮은 이유에 대해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한다. 비관적 경기 전망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것이 FRB가 인플레를 크게 우려하지 않는 판단의 발판이라는 지적도 있다.
저널은 그러나 어쨌든 지금의 금리가 ‘통화정책이 너무 빡빡하다’는 주장이 타당성을 가질 수 없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역으로 금리 인하 요구를 희석시키는 효과도 낸다는 것이다.
jk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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