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식탁에서나 살 빼기 성공사례를 꺼내면 눈을 반짝이며 의자를 당겨 앉는 사람들이 많다. 비만이 건강의 공적 1호가 됐다는 뉴스가 이제 식탁 위의 현실로 다가선 것이다. 비만은 건강 뿐 아니라 외관의 문제이기도 하다. 대놓고 말을 하지 않아 그렇지 살이 찌면 남자나 여자나 경쟁력이 떨어진다. 사랑도, 출세도 모두 경쟁인 사회에서 살 빼기는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도 생각해 볼 이슈라고 하겠다.
#사례1
키 6피트에 몸무게 220파운드의 남성. 석 달만에 30파운드 가까이 줄였다. 중요한 것은 그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결이라면 우선 밥, 빵, 국수 등 탄수화물을 거의 먹지 않는다. 그 외는 가리지 않지만 미역국, 콩나물국 등 국 종류를 많이 먹었더니 공복감이 줄었다. 생선등 해산물을 좋아해 많이 먹는다. 한창 줄일 때는 공복감을 느끼기 전에 일찍 자기도 했다. 한 일년 이러고 나면 식습관도 바뀌고, 위도 줄어 들 것으로 기대한다. 운동은 할 시간이 없다.
#사례2
165파운드 체중을 2달새 10파운드 이상 줄였다. 방법은 역시 밥 등 탄수화물 회피. 4~5파운드는 수월하게 줄었다. 그러나 그 후는 잘 줄지 않았다. 다른 걸 너무 많이 먹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저녁은 과일 등으로 가볍게 때웠다. 아침에 한 시간 가까이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효과가 좋았다. 수시로 몸무게를 체크해 몸무게가 오히려 는 날은 추석날 송편 하나 먹은 것까지 반성했다. 더 줄일 수도 있겠지만 더 줄면 옷값이 걱정이어서 이쯤에서 현상유지를 생각하고 있다.
두 다이어트의 공통점은 밥을 거의 먹지 않았다는 것이다. “밥에 무슨 문제 있습니까”라는 볼멘 항의가 나올 수 있다. 유사이래 밥과 빵은 인류의 주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비만 시대에는 이 주식에 문제가 있다.
속에 들어가면 우선 열량화되는 것이 탄수화물. 마라톤 선수가 대회를 앞두고 탄수화물을 집중 섭취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따라서 밥을 먹으면 비만의 원인인 체지방이 연소될 수 없다.
체지방 덩어리인 복부비만을 줄이고 싶다면 격렬한 뛰기 보다 30분이상 힘차게 걷는 것이 효과적이다. 달리면 탄수화물부터 다량 소비되지만 파워 워킹은 15~30분 후부터 체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배가 나왔다고요? 누구 발목잡아 달래서 복부 운동하세요”라는 조언은 하지 말아야 하다. 너무 하면 허리만 다칠 뿐 복부의 체지방이 줄지는 않는다.
다이어트 종류는 수 십가지다. 서점에 가면 건강 백가쟁명 시대를 실감한다. 그러다 보니 살빼기에도 상충되는 정보가 많아 헛갈리기도 하다. 채식주의자들은 반론을 펴겠지만 한 의사는 이렇게 말한다. “살 빼겠다고 샐러드만 먹는 거요? 채식주의자 중에 비만이 얼마나 많은 줄 아세요? 한 평생 고기를 입에 대지 않은 30대 당뇨 여성도 있어요. 프로테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이야기해도 듣지 않아요. 다이어트도 건강을 위한 다이어트라는 것을 알아야죠”
요즘 같이 선선한 때는 뭘 해도 좋은 때다. 사랑하기도, 실연하기도 좋고, 오페라 구경가기도, 오페라 구경가서 졸기도 좋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데 살을 빼자면 좀 잔인하게 들릴 지 모르지만 살 빼기도 여름이나 겨울 보다 나을 것이다.
공격적인 다이어트에는 대부분 숨은 계기가 있다. 모멸감은 좋은 자극이 된다. 예컨대 한 비만 여중생이 지나가는데 남학생 두 어명이 뒤에서 주억거렸다. “저 애, 너무 쪘어, 뭐 같잖아”. 그 비아냥 덕에 이 여성은 지금껏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모멸감도 물론 지나치면 곤란하겠다. “기왕 찐 살, 더 찌고 말지”하는 괜한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을 테니까.
<안상호> 부국장·특집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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