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 경비원도 없고, 보안카메라는 보란 듯이 설치돼 있는데 작동은 안되고… 오히려 범죄를 부르는 것과 다름없지 않습니까”
한인타운 8가와 킹슬리 코너에 있는 한인주점 ‘친구야’에서 한인남녀 3명이 한꺼번에 총상을 입고 처참하게 살해된 지난 14일 현장에서 수사관들이 한창 조사를 벌이는 동안 업소 주변에서 만난 한 40대 한인 남성이 깊은 한숨과 함께 내뱉은 말이다.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한인사회 방범의식 실종, 특히 심야영업을 하는 주류판매 업소들의 안전 불감증 등의 비판적인 표현이 이젠 식상할 정도지만, 방범문제에 관한 한 한인사회는 여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
법적으로 술을 판매할 수 없는 시간대인 새벽 2시 이후에도 문을 열어놓고 장사를 하는가 하면, 위험해 보이는 불량 청소년과 청년들이 수시로 들락거리는 데도 불구하고 경비원을 고용할 생각조차 않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더욱 큰 문제는 범죄피해를 당한 업소들이 신고를 꺼린다는 것이다. “보복이 두렵다” “사고가 났다는 소문이 돌면 손님이 뚝 끊긴다”는 등의 이유를 들먹이며 차일피일 신고를 미루거나, 아예 없었던 일로 슬그머니 덮고 지나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범죄자들은 두려움 없이 제2의 타겟을 찾게 된다.
이번 사건에 대해 LAPD 관계자는 “피해자 중 한 사람인 50대 한인 여성의 경우 용의자와 교제할 당시 가정폭력 피해자였고, 스토킹까지 당했지만 경찰신고 등을 제때 하지 않아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한인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을 지적하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램파트 경찰서 강도과의 조지 이 수사관은 “강도를 당해 갖고 있던 돈과 소지품을 몽땅 털리고도 일주일씩 기다렸다 신고하거나 아예 리포트를 하지 않는 일부 한인업소 및 개인들의 행태를 미국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며 “범죄 발생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지 한번쯤 생각해볼 것”을 조언했다.
지난 9월초부터 약 한달간 한인타운을 공포에 떨게 했던 연쇄 흑인 무장강도 사건을 대부분의 한인들은 기억할 것이다.
이 사건 용의자들도 안전장치 없이 심야에 영업하는 한인 업소들과 새벽에 길가는 행인들을 주로 턴 것으로 수사결과 밝혀졌지만, 그 이후 한인사회의 방범노력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의문이다.
몇몇 단체들이 나서 일주일에 한번 정도 타운 방범순찰을 도는 것으로 그칠 게 아니라 업소 및 개인이 자발적으로 영구적인 보안조치를 취해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구성훈>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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