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이유 있는 항변’에 무죄 판결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교수들에게 이혼녀와 `성관계’를 갖도록 한 뒤 교수자리를 요구했다는 누명을 쓴 대학 여성 시간강사가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됐으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명예를 회복할 수 있게 됐다.
지방의 한 사립대학 시간강사였던 A씨(여)는 평소 이 대학 교수인 김모씨 등 교수 2명으로부터 친구를 데려와 함께 회식하자는 요구를 받고 2004년 6월 이혼녀인 친구 B씨를 불러 함께 술을 마신 게 문제의 발단이 됐다.
술자리가 끝난 뒤 김씨 등 2명의 교수는 B씨와 차례로 성관계를 가졌고 A씨가 다음날 B씨로부터 이 사실을 알게 되자 김씨 등은 성관계 사실을 비밀로 하면 교수를 시켜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A씨는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기재한 문건을 작성해 전달했으나 김씨 등은 성관계를 아예 없었던 걸로 해달라고 강압적으로 요구하자, 수치심을 느껴 강의를 하지 않기로 했다.
또 A씨는 같은 해 11월 자신이 김씨 등을 계획적으로 함정에 빠뜨린 뒤 교수 자리를 요구했다는 소문을 다른 교수한테서 듣고 억울함을 호소하려는 마음에서 사건의 전말을 적은 `총장님께 드리는 글’을 이메일에 담아 학과 다른 교수들에게 보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김씨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해 기소된 A씨는 1심에서 대학에서 허위 소문이 유포돼 있어 이를 바로잡기 위해 이메일을 발송했다고 항변했으나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1심 결론을 뒤집어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이강원 부장판사)는 23일 강요 미수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 등이 피고인 친구와 성관계를 가진 데 대해 피고인의 남편과 모친으로부터 항의를 받아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황에 놓여 있었으나 그런 상황이 비롯된 원인도 따지고 보면 스스로 제공한 것인 만큼 피고인이 성관계를 폭로하겠다며 암시적인 방법에 의해 협박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가 공연성이 없거나 적어도 공연성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나 다른 교수들에게 김씨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고 김씨의 직장동료라고 전파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씨 등이 다른 교수들에게 피고인이 계획적으로 성관계를 갖게 하고 이를 이용해 교수가 되려 한다는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인정되기 때문에 피고인이 자신에 대한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이메일을 보낸 것은 그 경위와 목적, 수단 등에 있어 위법성이 없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며 무죄로 결론 냈다 .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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