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최윤(오른쪽)이 자신의 작품 ‘저기 소리없이 한점 꽃잎이 지고’를 낭독하고 있다. 가운데는 브루스 풀턴 교수, 왼쪽은 소설가 최수철. <서준영 기자>
소설가 최윤·최수철씨 낭독- UBC 브루스 풀턴 교수 영어로 번역
“작가가 직접 읽어주니 관객들 작품 전달 잘되네”
이상문학상 수상 작가들 나와
광주 민주화 운동 비참함 다룬
최윤 작가‘저기 소리없이…’와
최수철 작가의 근작 ‘확신’ 발표
한국 현대 문학을 작가가 직접 낭독하고 관객들과 대화하는 자리가 지난 12일 저녁 LA한국문화원에서 열렸다.
한국의 국제교류진흥회가 주관한 이날 낭독회에는 이상문학상 수상자로 널리 알려진 소설가 최윤과 최수철이 발표자로 나섰으며 작가가 한글로 낭독하고 곧바로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UBC)에서 한국 문학을 강의하는 브루스 풀턴 교수가 영어로 낭독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최윤은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저기 소리없이 한점 꽃잎이 지고’를 차분한 목소리로 읽어나갔다.
‘저기 소리없이…’는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폭력에 희생되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으로 영화 ‘꽃잎’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그는 소녀의 의식세계를 다룬 독백 부분을 낭독했는데 참석자들로 하여금 광주 민주화 운동 때의 비참함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했다.
그는 “20년이 지난 뒤에도 잊혀지지 않는 작품을 쓰고자 고민했는데 지금도 해마다 5월이면 1,000권 이상이 판매된다”고 말했다.
한 한인은 “작품 수준이 높고 표현이나 전달하려는 메시지에서 배울 것이 많아 10년 전부터 읽고 싶었는데 작가가 직접 낭독하는 것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최수철은 근작 ‘확신’을 발표했다. 확신은 확신 없이 세상을 살아가는 주인공이 확신을 갖고 살아가자고 결심한 뒤 자신을 남해의 한 섬에 가두고 살아가지만 세상에 확신을 가질 만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는 내용.
작가는 “확신은 나의 작품 가운데 공격성이 가장 약한 작품”이라는 설명과 함께 주인공이 남해의 섬으로 떠나는 두번째 부분을 읽었다.
낭독 뒤 ‘거저 얻은 확신’과 ‘노력해서 얻은 확신’의 차이에 대해 토론이 이어졌고 작가는 “살아가면서 확신을 갖게 되는 것은 실제로 원해서 얻어낸 것보다는 관습에 의해 주어진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마침 이날은 터키의 오르한 파묵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확정된 날이어서 노벨상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풀턴 교수는 “정부와 문단에서 번역 작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문학의 보급, 즉 마케팅에 주력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한국 문학이 세계 언어로 번역될 것”이라며 “지금처럼 출판사나 이권 단체가 문학 작품을 지정해 번역가에게 번역을 맡기는 것에서 벗어나 번역가가 좋은 작품을 발굴해 출판사에 번역을 의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한편 이날 낭독회는 발표 작품이 당초 ‘하나코는 없다’에서 ‘저기 소리 없이…’로 갑자스럽게 변경된 데다 주최측에서 작가 두 사람에 대한 약력을 소개한 안내지 한 장외에는 아무런 관련 자료를 준비하지 않아 30여 참가자들이 혼동을 겪기도 했다.
<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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