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하는 것이 가르치는 일이다”(Those who can’t, teach). “그렇게 똑똑한 사람이 왜 돈은 없나”(If you’re so smart, why are you not rich?). 이론에는 밝으면서 현실 세계에 무지한 사람들을 비웃을 때 흔히 쓰는 말이다.
이런 비웃음은 경제를 전공해 이를 가르치는 것으로 먹고사는 경제학자들의 경우 더욱 통렬하다. 그렇게 경제의 흐름에 밝으면 어찌 해서 그걸 이용해 돈을 벌지 못하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유명 경제학자 가운데 돈을 많이 번 사람은 별로 없다.
수년 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사람들을 고용, 그 모델에 따라 돈을 운용해 온 ‘롱 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 사는 거액을 날리고 파산 위기에 직면해 전세계 금융 질서를 교란시킬 위기를 초래하자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FRB)가 구제 금융에 나서기도 했다.
학문적 업적도 세우면서 직접 투자에도 성공한 드문 경제학자의 한사람으로 케인즈를 들 수 있다. 그는 젊은 시절 제1차 대전 종전 협상에 참여하고 와 ‘평화의 경제적 결과’라는 논문을 써 이름을 날렸다. 여기서 케인즈는 패전국 독일로부터 과도한 배상을 받아내려 할 경우 독일 경제는 망가지고 유럽은 다시 혼란에 휩싸일 것을 누구보다 먼저 예견했다.
그는 학자로서의 명성은 물론 투자가로서도 수완을 발휘, 주식과 환투기로 거액을 벌었다. 그러나 그라고 항상 성공만 한 것은 아니었다. 한번은 모든 경제 지표와 시장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분석, 영국 파운드화가 이러이러한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고 거금을 걸었다 반대로 되는 바람에 본전을 다 잃은 것은 물론 엄청난 빚을 지게 됐다. 후원자의 도움으로 간신히 파산 위기를 벗어난 그는 “시장은 당신이 버틸 수 있는 것보다 오래 비이성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명언을 남겼다.
당대의 숱한 명사들과 교류한 버트랜드 러셀은 “케인즈야말로 내가 만나본 사람 중 가장 똑똑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런 케인즈도 시장의 동향을 잘못 짚어 죽다 살아난 것을 보면 경기 전망이란 게 얼마나 어려운가 짐작할 수 있다.
경기 진단이 어려운 것은 객관적인 수치로 볼 때 마땅히 이런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시장은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자신만만하게 빚까지 얻어 베팅을 했는데 몇 년째 시장이 자기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을 때 대부분은 자포자기 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때가 바로 역전의 순간이다.
지난 수년간 지칠 줄 모르는 상승세롤 보이던 거의 모든 분야의 상품 시세가 올 여름을 고비로 일제히 하락세로 돌변하고 있다. 지난 수개월 사이 기름 값은 20%, 금값 20%, 10년 만기 연방 국채 수익률은 15%, 천연 개스가는 30% 폭락했다. 이 바람에 천연 개스에 잔뜩 투자했던 대표적 헤지 펀드인 아라만트는 60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폐업 위기에 처했으며 정부 당국의 조사까지 받고 있다.
8월에는 절대로 떨어질 수 없다던 미국 집값도 전년비 1.7% 하락했다. 11년 만에 처음이며 90년을 제외하고는 38년래 최대 낙폭이다. 돌이켜 보면 주택 경기의 피크는 1년 전에 이미 지나갔다. 그 때 타임지는 이를 커버스토리로 다루고 모든 주요 언론들은 주택 경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얘기했다. 그러나 그 후 주택 판매는 1년 내내 줄어들고 주택 건설업자 지수는 15년래 최악을 기록했으며 차압은 60%가 늘어났다.
이렇듯 거의 전 종목에 걸친 가격 하락은 인플레를 잡으려던 FRB의 노력이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인플레를 잡으려다 미국 경기를 불황의 늪에 빠뜨리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불황의 전조인 장단기 금리의 역전(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낮은 현상)이 계속되고 있고 늘 낙관적인 미 부동산협회마저도 내년 초까지 집 값 하락을 예고하고 있다. 2001년 9/11 이후 잘 나가던 미국 경기 흐름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kyumin@koreatimes.com
민 경 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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