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숙하다면 친숙한 광경이 또 벌어지고 있다. 사과를 요구한다. 그것도 부족해 시위에 나섰다. 시위는 폭동으로 변하고 그 와중에 유혈 폭력사태가 발생한다.
소말리아에서는 한 이탈리아 수녀가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다가 총격에 숨졌다. 이곳 저곳에서 교회에 대한 공격이 가해지고 지하드가 외쳐진다. 이 가운데 심지어 암살위협이 공공연히 선포된다.
덴마크의 한 신문이 모하메드를 풍자하는 만화를 싣자 온 회교권이 요동했다. 그 전에는 한 영국-인도계 작가의 소설이 회교권 전체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이번에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수장 교황의 발언에 회교권이 들고 일어선 것이다.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흥분케 하고 있을까.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지난 12일 독일 레겐스브루크에서 특별 미사를 집전했다. 거기서 한 지하드 관련 발언 때문이다.
14세기의 한 비잔틴 황제의 말을 인용했다. 이 인용 발언이 ‘이슬람은 칼을 통해 믿음을 전파한 악하고 비인간적인 종교’라고 교황이 비난한다는 것으로 번지면서 암살위협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베네딕토 교황이 말하고자 한 포인트는 무엇이었을까. 옛 사람의 말을 인용해 기독교와 회교 간의, 다시 말해 종교전쟁을 부추긴 것일까.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요한복음 1장1절의 말씀이다. 말씀(word)은 그리스어로 로고스(logos)를 의미한다. 이 로고스란 단어는 이성과 말씀이란 두 가지 뜻이 있다. 때문에 기독교의 하나님은 이성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성서적 믿음과 그리스 철학의 탐구, 이 양자간의 내적인 화해는 종교역사라는 관점에서는 물론이고 세계역사라는 관점에서도 극히 중요하다. 이 성서적 믿음과 그리스 철학의 합일과 로마의 유산이 겹쳐져 유럽이 탄생했다….”
지난 12일 교황이 한 발언의 메인 포인트다. 그가 말하고자 한 것은 이성과 신앙의 조화다. 그 조화가 안 이루어졌을 때 정치적, 혹은 종교적 광신주의로 흐르기 쉽다는 것이다.
기독교의 하나님을 이성의 하나님으로 설명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리고 종교간의 대화는 이 같이 신성의 일부인 이성을 바탕으로 할 때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다. 말하자면 이슬람을 대화의 파트너로 초청한 것이다.
그런데 교황의 전체 발언 중 인용부분만 땄다. 그 결과 전 이슬람권이 요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성과 신앙의 조화’- 이게 아직은 요원한 얘기로 들린다. 적어도 이슬람권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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