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상원은 지난 7월 임신한 10대 소녀들의 낙태를 다룬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이들 부모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고 그를 다른 주로 데리고 가 낙태수술을 받도록 돕는 것을 범법행위로 처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의 지지자들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에 직면한 10대 소녀들은 부모의 조언을 구해야 하는 것이 지당하고 주장하고 있다.
연방 하원도 지난해 상원이 통과시킨 법안과 매우 유사한 내용의 법안을 승인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미 양측이 법안의 미세한 차이점에 대해 합의를 이룰 경우 이에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연방 식품의약국은 지난 8월말 18세 이상 청소년들이 의사의 처방전 없이 경구 피임약 ‘플랜 B’를 일반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식품의약국은 긴급상황 발생 시 피임약의 구입을 용이하게 하는 것을 놓고 3년간에 걸친 긴 논쟁 끝에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주요 언론들은 당시 이 두 가지 소식을 제법 크게 다뤘다. 이는 10대 소녀들의 임신이 제반 사회적인 문제 가운데 앞 순위를 차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방 인구 센서스국 발표에 따르면 매년 임신을 하는 10대 소녀가 95만명을 상회하고 있다. 이는 이 연령대 인구의 10%를 차지하는 수치다.
노스캐롤라이나대 제인 브라운 교수 팀은 최근 소아과학회가 발간하는 저널 ‘소아과’에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시중에 범람하고 있는 성적 내용을 담은 음악·잡지 및 TV 프로그램·영화 등이 10대 청소년들로 하여금 더 이른 시기에 성행위를 갖도록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교수 팀은 청소년 1,017명을 상대로 조사를 실시했다. 이들을 12∼14세 때 처음 관찰했으며 그후 성적 내용이 담긴 264개의 아이템을 2년 동안 보여주고 다시 관찰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어냈다.
교수팀은 이 보고서에서 미국 10대 소녀들의 임신이 다른 선진 국가에 비해 3∼10배나 높다고 지적했다. 10대 소녀들의 임신이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는 현실 속에서 한인들이라고 예외의 범주에 포함될 수는 없다.
OC 가정상담소는 10대 딸의 임신에 따른 고민을 호소하기 위해 걸려 오는 한인들의 전화가 매년 평균 5건에 불과하나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추정했다. 이들의 임신이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질 경우 구겨질 가정의 체면을 우려해 쉬쉬하며 해결하고 있을 뿐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상담소는 이들 한인 부모들은 이 문제로 마음에 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기분일 것이라고 했다.
10대 소녀들의 임신은 대개가 뜻하지 않거나 원하지 않는 임신이다. 이에 따라 이들은 심각한 정신적인 고통을 겪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들은 임신 혹은 출산으로 학교를 도중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낮은 학력으로 취업의 기회가 줄어드는 일이 뒤따르게 된다.
미혼모의 아이들은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정신적 또는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 정확한 수치는 없지만 대개는 아버지로부터 버림을 받게된다. 또한 10대가 낳은 아이들의 영아 사망률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병에 걸리 가능성도 높고 미숙아인 경우도 적지 않다.
한인 가정상담 전문 기관들은 임신한 소녀의 극단적인 이야기를 들려줬다. 한국에서 건너온 10대 중반의 조기 유학생인 그는 임신을 했으며 이를 알게 된 부모의 손에 이끌려 필리핀으로 가 낙태수술을 받았다. 당사자는 정신착란증 증세로 고생하고 있는 것은 물론 임신하게 했던 그 소녀의 남자친구도 죄책감에 따른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신문지상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라는 표현을 가끔 보게 된다. 소중한 10대 딸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우리들은 이들에게 무책임한 성 관계의 문제점을 아무리 강조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황성락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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