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세(tax saving)란 적법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세 부담을 경감하는 것으로 납세자의 권리다. 반면 탈세(tax evasion)는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 세금부담을 줄이거나 세법에서 정한 각종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범죄 행위다.
모두 세금을 줄이는 방법이지만 엄청난 차이다. 초등학생도 알만한 상식을 굳이 들먹이는 이유는 한인사회에서는 이 같은 상식이 종종 무시되기 때문이다. 잘 아는 한 공인회계사는 “너무나 많은 한인들이 탈세와 절세를 혼동하고 있다. 어떤 한인은 마치 탈세를 성공의 지름길인 듯 인식한다”고 꼬집는다.
그의 말은 과언이 아니다. 며칠 전 한 업체 경영진이 ‘탈세’ 혐의로 징역형을 받았다는 보도는 한인사회 납세문화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시각도 적잖다.
‘불성실 한인 납세자’들은 주변에서도 쉽게 목격된다. 예전보다 줄었다지만 머세데스 벤츠나 렉서스 같은 럭서리 카를 몰고 공짜 우유나 계란 등을 받을 수 있는 WIC 쿠폰을 타러 가는 한인들. 평범한 샐러리맨의 몇 배 혹은 몇 십배 수입이 있을 것 같은 고소득 자영업자도 버젓이 메디컬로 출산을 한다. 세금보고를 기준으로 할 때 이들은 ‘저소득층’이다.
마음에 드는 주택 매물을 찾고도 국세청에 보고한 인컴이 실제보다 턱없이 낮아 모기지 신청이 거절되니 부랴부랴 수정된 세금보고를 제출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영수증을 요구하는 고객에게 “왜, 필요하세요?”라고 천연덕스럽게 되묻는 광경도 낯설지 않다.
세금은 ‘밥먹듯’ 떼어먹어도 십일조 헌금만은 ‘꼬박꼬박’ 하는 성도들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고 돈을 받고 세금 안내는 방법을 가르쳐준다는 ‘탈세전문가’를 찾는 사람도 있다니 말문이 막힐 뿐이다.
물론 ‘세금 훔친 사람들’이 항상 득만 보는 것은 아니다. 몇 년 전 LA교육구가 타운내 상가를 강제 수용하면서 업주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했는데 세금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일부 한인들은 쓰디쓴 대가를 맛봐야 했다. 4.29폭동 보상 때도 되풀이됐던 일이었다.
우문 하나. 왜 탈세를 할까? 비즈니스를 해본 경험이 있거나 운영 중인 사람들은 세금 빼돌리는 유혹을 이기기가 쉽지 않다고 고백한다. 매출을 누락하거나 가공경비를 계상함으로써 ‘간단히’ 이익을 줄이기만 해도 세금을 더 적게 내니, 어찌 보면 인간의 당연한 심리일지도 모른다. 한 전문가는 탈세자들의 심리는 ‘정도’를 추구하지 않고 ‘편법’을 좇는다고 분석했다. 변호사와 의사를 외면하고 불법 브로커나 무면허 돌팔이를 찾는 게 단적인 예다.
혹시 탈세의 ‘죄질’을 너무 경시한 것은 아닐는지. 하지만 이민법 변호사들에 따르면 의도적인 탈세는 납치, 유괴, 협박, 사기 등과 같은 수준의 ‘비도덕적 범죄’로 분류된다. 비도덕적 범죄는 아무리 경범이라고 해도 2회 이상 땐 추방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설사 쫓겨나지 않는다고 해도 향후 미국 생활에 치명적인 걸림돌이 될 것이다.
무지의 소치라는 생각도 든다. 한 회계사는 “대다수가 세법이 허용하는 절세법의 반의 반도 활용 못 한다”고 아쉬워했으며, 또 다른 한인 컨설턴트는 “무리한 탈세 행위는 미국사회 메커니즘을 너무 모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사실 적법절차에 따른 절세 및 투자 방법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만 있다면 대형 금융사기 사건이나 탈세에 연루되는 한인도 줄 것”이라고 강조한다.
미국 사람들은 흔히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두 가지 중 하나는 죽음이요, 나머지는 납세”라고 이야기한다. 납세를 대하는 인생의 방식도 나눠진다. 합법적인 꼼꼼한 플랜으로 절세해 두 다리 쭉 뻗고 잘 것인지, 평생 ‘비도덕적 범죄자’의 오명을 뒤집어쓸 것인지….
이해광 경제부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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