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을 태울 러시아 여객기 수호이 수퍼제트100 모델. 러시아가 여객기 시장에서 정상을 차지하겠다며 장기 전략을 수립했다.
미국과 냉전을 치러온 러시아는 전투기 제작에 일가견을 갖고 있다. 비 서방 국가들에게 이들 전투기를 수출해 왔다. 그런데 러시아가 여객기 시장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러시아는 전투기 제작에서는 정평이 나 있다. 미그기가 그 실례다. 하지만 일반 여객기 부문에서는 별 볼일 없었다. ‘일류신’이라는 러시아 토종회사가 있었지만 보잉이나 에어버스에 도전장을 내밀지 못했다. 기진맥진하다 그만 시장에서 후퇴하고 말았다. 그러나 러시아가 달라졌다. 더 이상 여객기 시장을 다른 나라에 내줄 수만은 없다고 여겼는지, 이를 악물고 나서고 있다. ‘수호이 수퍼제트 100’(Sukhoi Superjet 100)이란 프로젝트를 내걸고 야심찬 기세를 보이고 있다. 100명을 태울 수 있다는 뜻이다. 러시아는 최근 이 프로젝트 착수 기념리셉션을 성대하게 거행했다. 수호이 지주회사의 CEO 미하일 포고샨은 “세계적 수준의 여객기를 만들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그저 일류그룹에 포함되는 것으로는 만족하지 않겠다고 했다. 반드시 정상에 오르겠다고 약속했다.
토종 ‘수호이’ CEO “세계 톱 제작사 되겠다”
100명 탑승 ‘수호이 수퍼제트100’ 프로젝트 착수
보잉, 에어버스 등 기술협력…2007년 9월 시험비행
대당 2,500만달러 추정, 1단계 700대 생산 계획
회사 이름을 수호이로 한 것은 하늘에서 매우 빠르고 민첩하다는 의미를 갖고 경쟁에 임하겠다는 다짐 때문이다. 수호이 수퍼제트100의 시험 비행은 2007년 9월로 잡혀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많은 서방 회사들이 협력기업으로 선정돼 있다. 1단계로 700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수퍼제트100의 가격은 비밀이다. 수호이 측은 절대 입을 열지 않는다. 무역관련 간행물에 따르면 대당 2,500만 달러 정도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현재 수호이 측은 러시아 항공사인 에어로플로트(Aeroflot)로부터 주문을 받은 상태이다. 다른 항공사들은 아직 ‘입질’을 하지 않고 있다.
수호이 민간항공사 CEO 빅터 수보틴은 “만일 러시아 항공사들이 러시아 여객기를 타지 않는다면 누가 이 여객기를 믿겠는가” 하고 자문했다. 제퍼리스 & 컴퍼니의 항공분석가 하워드 루벨은 수호이는 러시아 밖에서는 여객기 판매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직 품질에 대한 신뢰를 쌓지 못했다는 게 그 이유다.
품질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러시아의 수호이 측이 보잉이나 에어버스 제작사와 같은 튼튼한 하부구조를 갖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객기를 안전하게 만들려면 이러한 기간설비가 완비돼야 하는데 러시아는 이 분야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것이다.
루벨은 “여객기는 그저 크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다. 안전과 아울러 사후 서비스까지 책임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 진정으로 경쟁력을 갖춘 회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러시아는 수호이 수퍼제트 100 프로젝트를 갖고 이미 캐나다의 봄바디어, 브라질의 엠브레어가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손님이 줄어드는 시장에 경쟁만 더 치열해지게 생겼다. 지역항공 시장은 최근 수년간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뒤집힐 공산이 적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지역 항공사들이 이미 여객기를 많이 구입한 상태라서 제작사들의 매출전망이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보잉은 지역 여객기 매출이 2004년에 17%나 줄었다. 올ㅐ는 13%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보잉은 2004년 향후 20년간 4,290대의 여객기를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가 사정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고 840대나 줄여 수정치를 잡았다.
그렇지만 수호이의 프로젝트에는 서방 세계가 상당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보잉과 에어버스, 그리고 이탈리아의 알레니아 등도 침을 흘리고 있다. 나중에 러시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수호이 측과 협조관계를 유지하려 든다.
보잉은 2002년 수호이 측과 계약을 체결했다. 엔지니어링, 판매, 마케팅, 제작과 관련한 조언을 약속했다. 알레니아는 수호이 지분 25%를 갖고 있으며 이사진에도 들어가 있다. 에어버스는 러시아와 여객기 개발과 부품제작에 협조하기로 했다. 250억달러 프로젝트다.
러시아의 에어로플로트 항공은 보잉이나 에어버스로부터 여객기를 구입할 계획이다. 그래서 이들은 러시아에 우호적인 이미지를 심길 원한다. 보잉과 에어버스는 자신들이 여객기를 팔 나라에 적극 협조하는 경영전략을 구사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한다는 것이다. 러시아 여객기 시장도 장래성이 있다고 보고 수호이 측과 전략적 협조관계를 유지하는 게 좋다는 판단이다.
투자회사 애드미랠러티 파트너의 CEO 존 커틀러는 “러시아는 항공분야에 나름대로 뿌리가 든든하다. 그리고 항공사 에어로플로트는 여객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수호이는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래서 서방 항공기 제작사들에게는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다”라고 했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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