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는 사형수가 주인공이다. 여자 세 명을 살해한 스물 일곱살 정윤수는 모니카 수녀의 면회를 거절하며 이렇게 말한다. “희망을 갖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건 지옥입니다.”
삶에서 희망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반어법으로 표현할 것일 게다. 언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지 모르는 사형수가 희망을 가지면, 혹시 살지도 모른다고 기대하면, 죽는 것이 더 끔찍하게 느껴지기 때문일 테다. 그만큼 희망은 우리에게 절대적이다. 어둔 밤을 밝혀주는 촛불과도 같다.
이승복, 박기훈, 마가렛 리. 한달 새 기자가 직간접적으로 만난 ‘희망 동산’이다.
체조선수로 올림픽 금메달을 꿈꾸다 사지마비가 된 이승복. 지금은 존스 합킨스 병원 스포츠의학과 전임의가 돼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하는 다른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그는 “나의 현재는 그들의 미래인 것이다”라며 장애인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몸 안이 다 타는 희귀병을 앓은 뒤 몸이 불편해진 박기훈. 그래도 LA온누리교회에서 중보기도 사역을 맡아 다른 사람을 위해 쉬지 않고 기도하는 목사가 됐다. 그는 한 눈을 감고 운전하는 불편함을 무릎 쓰며 청소년 전도를 위해 미 전역을 누비고 있다.
자폐아로 살면서 부모님의 걱정거리였던 마가렛 리. 타고난 노래 재능을 발견해 하나님과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찬양집까지 냈다. 그녀는 자폐아 다섯 명에게 노래를 가르치며 그들에게서 노래로 말문이 트였던 자신을 재발견하고 있다.
절망하려면 밑바닥까지 떨어질 수도 있었던 세 명이지만, 한 입처럼 희망을 노래한다. 자신들에게 찾아온 불행은 뒤를 이을 행복의 전령이라고 말한다. ‘배려’(한상복 저)라는 책이 찾은 그들의 희망 원천은 이렇다.
“우리의 인생을 바꾸는 것은 엄청나게 큰일들이 아니다. 평소에는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던 사소한 것들이 때로는 삶의 방향을 좌우하는 중대변수로 등장한다. 사람들은 작은 일에 신경을 쓰지 않다가 나중에 그 결과가 눈앞에 닥치고 나서야 땅을 치며 후회하곤 한다.”
우리 대부분은 박기훈 목사처럼 불편을 겪어가며 운전하지 않아도 된다. 감정 전달이 잘 안 되는 마가렛 리와는 달리 노래 부를 때 가사에 맞춰 감정을 담을 수도 있다. 언제나 옆에 있지만 눈을 크게 뜨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파랑새와 같은 이런 사소한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기쁨의 샘인가.
사형수 정윤수는 소설 끄트머리에서 마음을 바꾼다. “저도 생각했죠. 이왕 죽을 김에, 단풍처럼 아름답게 죽자고, 사람들이 보고 참 아름답다, 감탄하게 하자고.” 희망에는 쇠창살도 막지 못하는 큰 힘이 있나 보다.
김호성
특집2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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