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갔다 만난 라틴계가 안돌려주고 마구 사용
분실신고도 제대로 안돼 수백달러 피해
휴대폰을 빌려 주는 선심을 쓰고도 돌려받지 못했음은 물론 빌려간 이들이 사용한 요금까지 고스란히 물어야 할 상황에 놓인 한인 사례가 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시카고 남쪽 매터슨 타운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한인 정모씨는 지난달 25일 평소 속해 있는 단체 회원들과 함께 오타와 소재 일리노이 강변으로 낚시를 갔다. 낚시가 끝난 후 저녁 무렵이 되자 회원들과 술자리를 마련, 술이 한두잔씩 오가며 즐거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러던 중 옆자리에서 가족들과 함께 놀고 있던 라티노계통의 휴가객 몇명이 눈에 들어왔다. 반가운 마음에 정씨는 그들을 자리로 초대, 삼겹살과 술을 함께 나눠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등 즐거운 시간을 주었다. 그렇게 대화가 오고 가던 중 라티노 가족 중 한 사람이 급하게 전화를 해야 하는데 휴대폰을 좀 빌릴 수 없겠느냐고 물어서 정씨는 아무런 생각 없이 기꺼이 전화기를 빌려 주었다. 그러나 이것이 화근이었다. 밤도 깊어지고 다음날 일을 해야 하는 까닭에 정씨는 서둘러 짐을 챙겨 강변을 빠져나왔는데 집에 도착한 후에야 전화기를 미처 돌려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찝찝한 생각에 정씨는 부인의 전화기로 빌려간 이에게 전화를 걸어 휴대폰을 돌려달라고 말했고, 빌려간 당사자로부터 다음날 정씨의 가게로 갖다주겠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와의 통화가 끝난 후 정씨는 곧바로 T-모빌에 전화를 걸어 분실신고를 마쳤다.
그러나 다음날 휴대폰을 빌려간 당사자는 가게로 나타나지 않았다. 정씨가 받아두었던 번호로 연락을 취하자 당사자는“본인의 이름이 꼬세인데 147번과 케지가 만나는 곳으로 와서 연락을 하면 당신이 있는 곳으로 나가 휴대폰을 돌려주겠다”고 답했다. 정씨는 정해진 장소까지 가서 전화를 했지만 상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휴대폰을 갖고 있던 이는 몇 번이고 돌려주겠다는 의사를 나타냈지만 정씨가 연락을 취할 때마다 그는 회피했다. 지친 마음에 정씨는 그냥 전화기 하나 잃어버린 셈 치고 포기하기로 결정했지만 얼마전 날아온 전화요금 청구서를 보고는 놀라지가 않을 수가 없었다. 평소 한달 60달러 정도면 충분했던 전화요금이었는데 이번에는 180여달러가 청구됐던 것. 사용 내역도 멕시코로 국제 전화, 밤중에 직업여성들을 상대로 한 교제 전화 등 휴대폰을 빌려갔던 이가 마음껏 사용했음이 그대로 나타났다. 전화기 분실신고 또한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도 이때서야 알게 됐다. 영어가 익숙치 않은 관계로 T-모빌 에이전트와의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정씨는 1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분실신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너무나 안타까왔다. 이번 달에는 전화요금이 180달러 정도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사실은 다음 달에 얼마가 청구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난 9일 동생을 시켜 전화사용을 확실히 취소하긴 했는데 그 사람이 쓴 요금까지 내야 할 것을 생각하면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솔직히 이웃이라는 생각에 술과 고기를 대접하고, 휴대폰까지 빌려주었는데 본인의 호의를 이런식으로 밖에 갚지 못했다는데 기분이 좋지 않다”며 “혹시나 앞으로 전화기를 분실하는 경우가 있다면 사용 중지를 반드시 시켜야 뒤탈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웅진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