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회의 아름다운 저력을 보여주는 사건이 이번 주 있었다. 회사 최고경영자와 말단 종업원의 연봉이 수천배씩 차이나는 자본주의 사회, 미국이 이만큼 균형을 잡으며 성장해나가는 데는 비결이 있다. 바로 많이 벌어들인 자가 가진 것을 사회로 되돌리는 아름다운 전통이다. 지난 26일 세계적 거부 워렌 버핏은 전 재산의 85%를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그가 ‘자선의 귀재’로 거듭났다.
버핏의 기부 결정은 두가지 측면에서 관심을 모은다. 첫째는 부의 세습에 대한 그의 명확한 반대입장이다. 이미 많은 것을 누린 자녀들에게 더 안겨주는 것보다는 못 가진 60억 인구가 혜택을 보게 하는 것이 훨씬 의미가 있다는 그의 판단은 지극히 합리적이다. 돈은 벌기도 어렵지만 잘 쓰기가 더 어려운데 버핏은 거부다운 통큰 모습을 보여주었다.
둘째, 그가 기부액의 대부분을 게이츠 재단에 기증한다는 결정이다. 300억달러가 넘는 거액을 남의 이름 붙은 재단에 기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버핏은 기부금을 자신보다 더 잘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 손에 맡긴다며 게이츠 재단을 선택했다.
미주 한인사회도 이민 연륜이 깊어지면서 부의 사회 환원을 실천하는 재력가들이 등장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만 보아도 밝은 미래재단, 이종문 재단, 스티브 & 로빈 김 가족 재단, 고선 재단 등이 수백만∼수천만 달러의 기금을 마련, 장학사업, 비영리단체·교육기관 지원, 의료 지원등의 자선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인사회의 재력이 이만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그들이 사회 발전을 위해 가진 것을 내어놓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졌다는 점에서 반갑고도 자랑스럽다. 그러나 각 재단의 기금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내가 낸 내 돈이니 적당히 나눠주고 스스로의 선행에 만족하는 식이라면 곤란하다. 버핏이 자신의 가족들 이름으로 된 재단을 다 제쳐두고 게이츠 재단에 거액을 보내는 이유를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기금의 효용가치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서이다.
내가 가진 것을 남과 나누는 선의는 자선의 일차적 조건이다. 기부한 재원을 가장 필요한 대상에게 가장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통로가 마련되어야 한다. 수혜 숫자에만 급급, 별로 도움도 되지 않을 액수를 줄줄이 나눠주는 생색용 기부, 요란스런 학술 대회로 수십만 달러를 써버림으로써 내용보다 외형에 치우친 미성숙한 기부문화는 이제 넘어서야 하겠다. 한인사회의 자선문화도 한 단계 높아질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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