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마른 장미꽃잎이 작은 충격에 힘없이 떨어져 내린다
떨어진 꽃잎뿌리와 꽃받침자리가 유난히 진하다
꽃잎과 꽃받침이 지니고 있던 향기와 시간을 생각한다
서로를 놓치지 않으려고 올 견디고 있었던 거다
문득, 꽃잎과 꽃받침 자리에서 무지개가 떠올랐다 사라진다
원래 온전한 제 것도 제 자리도 없는 것인데 꽃잎과 꽃받침은
이제야 서로를 묶고 있던 줄을 풀어놓은 것이다
잠시 전 네가 앉았던 자리를 바라본다
소파의 우묵한 자리가 꽃잎 뿌리와 꽃받침을 닮아 있다
꽃잎이 달려있던 자리는 꽃잎이 떨어져 내림으로 드러난다. 그 자리는 여태껏 떨어지지 않으려고 서로를 붙잡고 견디어 내던 곳, 생각해보면 무지개와 같은 환희가 일기도 했던, 경이롭기까지 한 비밀한 곳이다. 거실에 덩그마니 놓여있는 소파를 본다. 그곳에도 우묵 들어간 흔적이 있다. 필경, 그 사람이 앉았다 떠나가서 그렇게 된 것이려니, 무지개의 환희 같던 그 추억을 담고 있어 더욱 커 보이는 저 빈자리.
문인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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