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람들은 월드컵에 대한 애정이 없다. 관심도 없다. 결국에는 다들 이민 온 사람들의 자녀들로 축구를 하고 자랐고 또 애들은 AYSO 등 동네 리그에 가입시켜 어렸을 때부터 즐기게 해주지만 이상하게 인기가 없다. 커서는 축구를 하지도 않고 보지도 않는다.
TV 시청률이 바닥이라 미국에서는 케이블 방송사 ESPN의 메인채널도 아닌 ESPN2에서 대부분 월드컵 경기들이 중계되고 있다. 메이저리그 야구도 아닌 대학야구에 밀려서라 더욱 어이가 없다. MBC, KBS, SBS 등 메이저 방송 3사가 모두 월드컵 축구만 중계하고 있는 한국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월드컵에 대한 그 관심은 한 군데 모여서 자이언트 스크린으로 보기 위해 LA 스테이플스센터를 꽉 채우는 코리안들과는 정반대다. 미국 사람들에게 물어 보면 축구는 골이 너무 안 터져서 심심해서 못 본다는 의견이 가장 많다. 골은 경기당 한두 번 구경하기도 힘들고 그냥 왔다 갔다 하는 모습만 보다가 무승부로 끝나는 경기가 너무 많아 답답하다는 것. 스코어가 100점대로 올라가는 NBA와 점수가 3점 또는 7점씩 올라가는 NFL 경기에 익숙한 사람들다운 대답이다.
그러나 미국사람들이 한국 사람들만큼 축구를 몰라서 그렇다고 말할 수도 없는 것이 한국도 K-리그는 관중석이 텅텅 비었다. 또 미국 프로축구 리그(메이저리그 사커)의 LA 갤럭시도 4년전 한국 대 터키 월드컵 3-4위전을 보기 위해 스테이플스센터로 몰려든 1만6,000여명의 한국인들을 보고는 한국인의 축구사랑이 그리 대단한 줄 알았다가 머리만 긁적긁적했던 경험이 있다. 눈이 휘둥그레져 그 유명한 홍명보를 모셔왔지만 비슷한 흥행효과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요즘 한국은 월드컵 뉴스밖에 없다, 좀 지나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다보면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프랑스 파리에서 겪었던 일이 떠오른다. 한국이 스페인을 꺾은 날 붉은악마 셔츠를 입은 한국 유학생들이 파리 거리로 몰려나와 기뻐하며 시선을 끌었다. 한 프랑스 사람이 다가와 무슨 일이냐고 묻자 흥분한 한 학생이 “한국이 스페인을 눌렀다. 월드컵 4강에 올랐다. 지금 한국은 온통 월드컵이 화제다. 전 국민이 월드컵에 집중해 있다. 어쩌면 이게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큰 뉴스”라며 열변을 토했다. 그 프랑스인은 조용히 듣다가 “지난번에는 우리가 우승했지만 그게 너희 나라의 가장 큰 뉴스라면 조금은 슬픈 일 같다”고 딱 한마디만 하고 갔다.
구성훈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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