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포커스] 월드컵 중계전쟁
‘탐색전은 끝났다. 이제 본게임이다!’
지상파 방송 3사가 2006년 독일 월드컵을 맞아 야심차게 준비한 월드컵 중계 방송 ‘입심대결’이 13일 한국-토고전을 통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KBS MBC SBS 등 방송 3사는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중계 방송팀 꾸리기에 정성을 쏟았다. 이용수 차범근 신문선 등 기존 간판 해설위원에 유상철 차두리 황선홍 등 2002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을 영입해 극적 효과를 추구했다. KBS는 기존 서기철 캐스터가 변함없이 마이크를 잡지만, MBC와 SBS는 각각 김성주 아나운서와 한종희 기자를 입심 대결의 새로운 선봉장으로 세웠다.
KBS 이용수·유상철 차분한 해설 승부
MBC 토고와 각별한 인연 차부자 위력
SBS 신문선·황선홍에 히딩크 깜짝 가세
야심차게 내세운 중계 방송팀은 지난 10일 독일-코스타리카의 개막전 이후 몇 차례 자웅을 겨뤘다. 결과는 차범근-차두리 ‘차붐 부자’를 앞세운 MBC의 완승. 그러나 진정한 대결은 한국-토고전에서 펼쳐진다. 아쉽게 2위로 밀린 SBS와 예상 밖의 참패를 당한 KBS는 절치부심 전세를 뒤집기 위해 비장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차붐 부자’의 위력은 독일 및 유럽 축구에 익숙하고 현지에서도 위상을 인정 받는 인물이라는 점에 있다. 차범근 해설위원은 해박한 축구 지식을 바탕으로 한 군더더기 없는 해설로 축구팬들을 사로잡았다. 차두리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3시즌을 활약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감 넘치는 해설로 흥미를 배가시켰다.
토고전에서도 ‘차붐 부자’의 위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차두리는 아데바요르 등 토고 선수들과 안부 전화를 주고 받을 정도로 친분이 돈독해 다양한 흥미로운 뒷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 차범근-차두리 부자는 한국 언론의 취재를 거부하던 오토 피스터 전 토고 감독과 단독 인터뷰를 성사시킬 정도로 토고와 친숙하다.
SBS는 축구계의 재담꾼 신문선 해설위원의 화려한 입심이 주무기다. 스포츠경영학 박사인 신문선은 축구 이외의 재미있는 이야기로 축구 문외한도 즐겁게 축구 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1998년 월드컵 지역 예선 한ㆍ일전 당시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다”는 명언을 남기며 스타 해설가로 입지를 굳혔다.
태극전사 출신 황선홍 해설위원은 대표팀 간판 공격수 출신답게 공격 전술 분야에 탁월한 해설을 들려준다. 신문선-황선홍 콤비 모두 여성팬이 많아 딱딱한 경기 위주의 해설보다 쉽게 즐길 수 있는 뒷이야기를 많이 들려줄 예정이다.
여기에 SBS는 비장의 무기를 준비하고 있다. 거스 히딩크 전 한국 대표팀 감독의 객원 해설이다. 현재 호주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히딩크 감독은 경기를 전후해 명쾌한 분석을 들려주며 변함없는 한국 사랑을 과시할 예정이다.
이용수 해설위원-서기철 캐스터 콤비에 최근 은퇴한 태극전사 유상철을 합류시킨 KBS는 가장 정통파에 가까운 중계방송팀이다. 벌써 10년 가까이 호흡을 맞춘 이용수-서기철 콤비는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의중을 파악한다. 90분 경기 시간 내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중계 방송이 이어진다.
한국 축구사상 가장 시야가 넓은 선수로 평가 받았던 유상철 또한 차분한 해설로 이들 콤비와 조화를 이룬다. 축구 마니아들이 가장 선호하는 중계 방송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너무 차분한 나머지 ‘심심하다’는 지적이 있는 점은 단점이다. 극적인 순간에도 흥분하지 않는 차분한 진행으로 명성이 높았다. 오죽하면 축구팬들 사이에서 ‘이용수의 쉰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을까. 그러나 이번 토고전에서는 다를 전망이다. 한국 대표팀의 극적 승리 여부에 따라 이용수의 쉰 목소리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방송 3사는 한국의 승리 못지않게 자사 중계 방송팀의 승리에도 관심이 높다. 토고전 승리가 이번 월드컵 기간 승패를 결정 짓는다. 과연 승자는 누구일까. 물론 경기의 승자는 한국이겠지만.
이동현 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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