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독일 월드컵에 출전한 태극전사들의 첫번째 본선 경기인 토고전이 드디어 내일로 다가왔다. 한국은 물론 이곳 LA 한인사회에서도 월드컵 열풍은 단순한 스포츠의 차원을 넘어 뿌리의식과 민족주의 표출로까지 비쳐진다.
이제 한달간 ‘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 함성이 한국과 LA 한인사회에서 울려 퍼지고 세계축구 4강을 향한 태극전사들의 장정이 끝날 때까지 이 함성은 계속될 것이다.
이처럼 월드컵이 단순한 ‘열풍’이 아닌 ‘광풍’ 수준으로 치닫자 한국의 일부 언론들은 월드컵에 ‘올인’하는 사회 분위기를 신랄하게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월드컵 말고도 중요한 일들이 산적해 있는데 온 국민이 집단 최면에 걸린 것 마냥 월드컵에만 열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요지다.
한국팀이 독일에 입성하기 전인 지난 3일 스코틀랜드에서 가나와 가진 마지막 평가전을 몇몇 친지들과 함께 TV로 지켜봤다. 시종 무기력한 경기를 펼친 끝에 3대1로 패색이 짙어지자 한 친지는 “한국은 그렇다 치고 여기 미국에 사는 한인들까지 왜 덩달아 대한민국만 응원하지? 미국에서 살면 오히려 미국을 응원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틀린 지적이 아니다.
이곳 한인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빨간 티셔츠를 입고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만 외쳐대는 통에 남녀노소 불문하고 많은 한인들은 월드컵 ‘미국’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다. 야구와 농구, 미식축구의 나라인 미국은 지구촌 축제인 월드컵에 열광하지 않는 유일한 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축구에 대한 미 국민들의 반응이 얼음처럼 차갑다.
지금 미국이 독일(19위), 이탈리아(13위), 스페인(6위), 아르헨티나(9위), 프랑스(8위) 보다도 앞선 FIFA 세계랭킹 5위에 올라있는 축구 강국(?)이라는 사실을 아는 미국인은 그리 많지 않다.
태평양을 건너와 미국 땅에 살지만 한인들은 엄연한 대한민국의 핏줄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몸은 어디 있던지 간에 마음은 언제나 조국을 향하고 있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제2의 고향이 돼버린 이 땅에 살면서 미국팀에 대한 관심이 이토록 없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다.
한인 정치단체 한미연합회(KAC)의 한 관계자는 “미국에 뿌리내리고 살기 위해 시민권을 취득한 한인들이 국제적인 이벤트가 열릴 때마다 대한민국만 응원하면 주류사회로부터 영원한 이방인 취급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지적은 한번 음미해 볼 만한 내용이다.
월드컵 기간에 세계인의 스포츠인 축구를 마음껏 즐기면서 ‘대~한민국’과 ‘USA’를 번갈아 외쳐보면 더욱 신나는 월드컵이 되지 않을까.
구성훈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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