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가정 상당수 여성에‘결정권’
인간사회는 권력다툼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둘 이상이 모여 있는 곳에선 어디서나 주종관계가 형성된다.
가정도 ‘파워 게임’의 무풍지대가 아니다. 제아무리 동등한 부부관계라 해도 배우자 가운데 어느 한쪽으로 힘의 무게추가 기울어지게 마련이다.
최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퇴역장성들이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퇴진을 요구한 사태와 관련, “무엇이 최선인지는 디사이더(decider)인 내가 결정한다”며 자신이 정부의 최고 결정권자임을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 발언은 럼스펠드 장관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했지만 그가 사용한 디사이더(결정권자)라는 단어는 뉴욕타임스에 의해 가정 내 실세를 뜻하는 용어로 탈바꿈하면서 유행어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최근 부부의 역학관계를 조사한 뉴욕타임스는 광고대행사인 케첨의 조사 결과를 인용, “국내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50% 이상을 여성이 구입하며 80% 이상이 새차 구입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며 “적어도 가계 도구와 물품 구입을 결정하는 디사이더는 여성”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부부 가운데 돈지갑을 장악한 쪽이 실세라는 통념이 맞는다면 여성이 디사이더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가정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소비자 트렌드를 추적하는 얀켈로비치가 3,612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성의 73%, 여성의 54%가 차량구입 시 제조사와 모델 연도 등 세부사항에 관한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 경우에도 남편을 ‘디사이더’로 인정한 여성은 32%에 그쳤다는 내용도 아울러 소개했다.
뉴욕타임스의 취재에 응한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대부분 ‘여성의 우위’를 인정했다. 시카고에 거주하는 에이미 포프(38)는 “양육과 가사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여성의 가정 내 발언권이 센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자신의 주변에선 남편이 디사이더인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비키 테일러라는 여성도 “가정의 대소사에 관한 결정권을 내가 갖는 대신 남편은 주요 사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말했다. 테일러 부부의 특징은 TV채널 선택권만은 남편의 몫이라는 점. 비키는 남편이 마음에 안 드는 채널을 선택하면 거실을 내주고 침실에서 TV를 본다.
한편 주점을 운영하는 제니퍼 헌터는 고객들을 세밀히 관찰해 본 결과 “여성은 직접적인 힘의 행사를 통해 누가 디사이더인지를 확실히 보여주고 싶어하는 반면 남성들은 파워게임에서 밀리면서도 자진해서 통제권을 포기하는 것인양 환상을 만들려든다”고 지적했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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