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운전 중에 라디오를 통해 우연히 들은 양희은씨의 맑은 목소리 노래가 매우 느리고 지루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힙합음악의 급속한 리듬이 귀에 익은 1.5세, 2세 자녀세대에게 이런 음악은 자장가로 들려주어도 따분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필자가 일과에서 매일 만나는 8세에서 18세 사이의 남녀 아이들 중에는 이미 유치원에서부터 문제행동을 보이기 시작해서 7, 8학년 무렵에는 학교 선생님과 부모님들(authority figure)에게 다분히 반항적인 언사와 감정행동이 몸에 배여있고, 학교 공부보다는 컴퓨터나 비디오 게임 등에 더 빠져있는 아이들이 있다. 형사법 저촉과 같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하지만 않으면 다행이라는 듯이 부모마음을 마치 살얼음판을 밟는 기분으로 만들고 있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을 만나면서 필자는 우선 남자 아이들이 여자 아이들보다 단연코 많다는 것과 그리고 이 아이들이 드러내 보이는 문제행동의 유사성을 발견하고는 한다.
학교 공부와 선생님 강의는 “boring”해서 싫고, 조그만 일로도 다른 아이들과 툭하면 싸우고, 선생님이나 어른들이 요구하는 것에 다분히 반항적인 언행 아니면 분노나 적개심과 같은 감정을 보이고, 언행은 사려분별력이 결여되어서 매우 즉흥적이고 충동적이며, 주의집중력이 부족하고, 몸은 잠시도 차분히 두지 못하는 과잉행동 성향을 지니고 있다.
힙합노래와 같이 급속하게 변화하는 청각자극물이나 눈을 현란하게 만드는 비디오나 영화의 시각적 자극물은 대뇌신경조직, 즉 시각피질과 청각피질에 각각 변화를 초래한다는 신경과학분야의 연구 자료가 산적해 있다.
빠르고 강한 음악으로 대뇌 측두엽의 청각피질에 변화가 발생한 자녀들에게, 그리고 급속하게 움직이는 시각자극물로 인하여 신경조직 자체에 변화가 발생한 자녀들에게 양희은의 음악보다 더 느린 주파수와 강도를 지닌 선생님의 교실강의나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활자로 된 책의 내용은 뇌신경 자극의 정도에서 경쟁이 되지 못한다. 학교수업은 그래서 “boring”할 수밖에 없다.
다행이도 신경과학의 연구 자료들을 살펴보면 두뇌 신경조직은 가소성(plasticity)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가소성은 신경조직에 새로운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뜻이다. 그러나 그 변화는 역시 환경적 자극물에 의해서 좌우되게 된다.
전자오락물의 사용을 자녀가 누리는 당연한 권리에서 자녀들이 책임을 다 했을 때 얻어내는 특혜로 바꾸는 일은 경제적 지원을 맡고 있는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자녀들과 마주 앉아서 이 문제를 진지하게 의논해서 전자오락물의 사용시간을 줄이는 contingency contract 같은 것을 작성하였으면 한다.
자녀가 학생으로서 할 일들을 조목조목 따져서 목록을 만들어 그러한 책무를 다 할 때 부모도 부모의 책무를 다 한다는 것을 주지시켜 줄 필요가 있다.
따라서 자녀가 책임을 다하지 않을 때는 부모도 자녀가 싫어하는 맛없는 음식을 아침, 저녁으로 만들어서 식사를 하게할 수도 있고, 매우 “cool” 하지 않은 촌스러운 모습으로 학교 앞에 나타나 시위를 벌일 수도 있고, 또 친구들끼리 노는 곳에 느닷없이 나타나 머무적거리면서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으며, 또 전원에 타이머를 장치해서 저녁시간에는 컴퓨터 전원을 저절로 차단시키는 급진적인 조처도 할 수 있음을 분명하게 알려 주어야 한다. 자녀가 전자오락물의 특혜를 제한적으로 누릴 수 있다는 조항을 명시한 계약서를 작성하고 서로 서명하고 이의 이행을 부모가 솔선수범할 때 시각 및 청각자극을 최소화하여 학교수업에 적응적인 행동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할 때 대뇌신경조직에 변화가 일어나며 문제행동의 통제가 가능해 질 것이다.
리차드 손
<심리학 박사 >
문의 (818)360-4987, rksohn @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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