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라
■시
이별이란 멀어져 가는 그대를 나의 마음에 담는 것
꽃은 나무를 떠나 땅으로 향하고
별은 밤을 떠나 새벽으로 사라지고
그대, 나를 떠나 추억으로 가고있다
뜨겁던 심장이 떠나는 이별의 순간엔
지구도 잠시 멈추어 선다
그토록 많은 찰나의 묵상이 없다면
이렇게 슬픈 사람들을 어찌
모두 품고 견딜 수 있겠는가
말없이 흐르는 시간의 정확한 초침을 타고
그대는 정녕 떠나는가
유월의 푸른 숲을 향하여 바람은 다시 오는데
풀풀 날던 까만 씨앗들
저마다의 이름을 새로이 달고 꽃으로 오고 있는데
이별이란 이제 나를 그대의 깊은 침묵 속에 두는 것
유채꽃누이의 급성간염 노랗게 어지럽던 시절
어머니 손바닥에 스며들던 물, 유채꽃
모양없는 병 속 가득 들녘이 따라와
밤마다 소곤대는 꽃의 말 받침이 되어주고
캄캄하게 얼었던 땅에서도 삶은 그렇게 풀려갔지요
흙처럼 단단했던 뿌리의 눈,
다시 햇살의 줄기를 잡고
잔잔한 색깔로 다듬어져 가는
당신 마음같은 저 꽃들
오래도록 감추고 있던 그리움
어머니,
하늘을 밀치며 올라옵니다
바람을 헤치며 퍼져갑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 어둠 속에
어둠을 녹이시던 어머니, 당신 속에
있었네요
있었네요
바쁜 도시를 비껴서 길 열리는 삼월
고향같은 저 언덕을 오르는 어머니 그리운,
누이가 보여요
누이를 닮은 환한 꽃들이 보여요
미주중앙일보 신인상 시 당선/‘한글문학’시 추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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