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 초 수비 도중 빗줄기가 굵어지자 이승엽이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서준영 기자>
이민역사상 가장 많은 한인 집결
2세들도 “조국애·자부심 벅차”
“꿈결같은 한 주, 아쉬움은 없었다.”
축제는 끝났다. 세계의 강호들을 연달아 격파한 한국야구대표팀의‘신데렐라 스토리’는 19일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나 지난 한 주 동안 한국야구대표팀과 하나된 미주 한인들은 승리의 쾌감을 뛰어넘는 값진 선물을 얻었다.‘한인이란 자긍심’,‘주류를 전복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세대를 뛰어넘는 단결심’,‘조국애의 과시’등등...
지난 한 주 LA를 비롯한 남가주 한인 커뮤니티는 예상치도 못 한‘광란의 3월’에 휩싸였다. “설마 한국이 미국을 이기겠어?”, “일본을 또 이길까?” 등 WBC가 시작할 때만해도 한인들은
우리가 갖고 있는 저력을 과소평가했던 게 사실이다.
한인들은 막상 뚜껑이 열리자 환호했다. 한인들은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숨겨진 힘을 발견하고 스스로도 놀랐다. 회사원 이창무(33)씨는 “경험해보지 못 한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넘게 해 준 대회였다.”며 “실제 도전해서 붙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한인들이 가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회는 한인 2세들에게 한인이란 자부심을 뜨겁게 새겨줬다. 한국에서 열렸던 2002년 월드컵과 달리 한인 2세들은 한국의 힘을 눈 앞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한인 청소년들은 현지인 친구들이 한국의 놀라운 선전을 말 할 때마다 말할 수 없는 자부심과 긍지를 느낄 수 있었다.
남가주 한인타운은 야구경기가 열릴 때면 환호와 탄식으로 뒤덮였었다. 한인들의 환호에는 세대와 계층 갈등으로 분열됐던 한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인들은 웃음이 절로 나오는 야구 이야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감했다. 사촌들과 함께 야구 응원을 나온 윤현영(29)씨는 “야구 때문에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며 즐거워했다.
미주 한인 이민 역사상 가장 많은 한인이 집결한 것으로 추산되는 이번 대회는 한국의 한인들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야구장을 가득 메운 3만여명의 한인들의 열띤 응원은 그동안 병역 회피, 거만한 동포 등의 부정적 이미지를 가졌던 한국인들의 시선을 바꿔 놓았다. 한국인들은 한인들의 조국 사랑에 뜨거운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미주 한인들의 응원모습은 한국 정부의 홍보자료에도 활용, 역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승리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됐다. 야구경기는 더 이상 없지만 한인들 가슴 속에 촘촘이 박힌 열정과 에너지는 이제 직장에서, 가정에서, 학교에서 승화되며 미주 한인사회를 한 단계 높게 견인할 것이다.
<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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