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오페라 길드 부회장으로 재직 당시 오페라 오디션 입상자 등과 나(오른쪽에서 3번째).
내가 만난 매니아들
커리어 개발에만 전념하던 내게 칼라스의 죽음은 숙연히 반성할 계기를 주었다. 도서관에서 칼라스에 관한 자료를 읽을 때 테발디와 한 무대에 섰다는 줄리아드 음대 출신의 E를 만났다.
그녀는 테너 가수인 애인을 비행기 사고로 잃고 독신으로 살아가는 성악선생이었다. 유럽 출신으로 내게 발성을 가르쳐 주었고 오페라 자료의 모든 제공처를 알려 주었으며, 오페라 공연 및 모임 등을 안내해 주었다.
그녀 덕분에 오페라 관계자들을 하나둘씩 알게 됐다. 제일 먼저 LA오페라 초대단장 H. 그는 전통 유럽 오페라의 소재와 무대를 현대식으로 바꾸어 각색하고 이탈리아 외의 오페라를 LA에 소개하는데 공헌했다.
LA오페라 리그의 M회장은 영국 출신으로 사교계의 리더였다. 그녀는 비싼 물건만 사고 파는 골동품 딜러이다. 많은 골동품 쇼에 나를 데리고 다녀 골동품을 보는 안목을 길러주었지만 또 기죽게 만들기도 했다.
또, 오페라 퍼프의 C부부는 오페라에 중독된 나머지 많은 음악도, 성악도에게 사재를 아낌없이 털어 넣은 후원자이다.
오페라 길드의 K회장은 여성 해군함장 출신으로 회의 진행이 능란하고 체구는 작지만 매사에 관용을 베푸는 대담한 오페라 매니아다. 부회장 K는 변호사로 동양의 것이라면 무엇이든 무조건 좋아한다. 덕분에 나를 부회장으로 추천해 5년간 재직시키면서 수많은 세계적 오페라 스타들을 만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녀는 원하던 대로 지금 태국에 살고 있다. 오페라 길드에서 함께 부회장을 맡았던 M은 후에 대학에서 성악을 가르치며 CSA를 공동으로 창립해 회원이 300명이나 되는 모임으로 키웠다.
그 가운데 오랫동안 기다리던 꿈이 현실로 변했다. 바그너 소사이어티를 알게 된 것이다. S박사는 오페라 매니아이자 바그너 매니아. 그의 음악 지식은 상상을 초월한다. 바그너 링 사이클만 74회 관람했다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친절과 관용, 재력을 갖고 할리웃 호수 옆 독일식 성과 같은 저택에서 살면서 바그너 오페라를 인생의 최우선으로 여긴다. 바그너 소사이어티는 뉴욕,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LA에 거점을 두고 바그너리언을 숭배하며 현재 괴테 연구소에서 모임을 갖고 있다.
이주헌/보헤미안클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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