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쯤 동부 명문 사립대학의 한 사회학 전공 대학원생으로부터 서북미 한인들에 관한 통계자료를 얻고싶다는 전화를 받았다.
아시안계의 이혼과 자녀양육에 관한 논문을 준비중이라는 그는 LA이나 뉴욕의 경우 비록 오래되긴 했어도 기초적인 자료를 구할 수 있었지만 다른 지역에는 자료가 없어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필자는 안타깝지만“서북미 한인사회에도 센서스국의 자료 외에는 전무하다”고 대답해줄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센서스 자료에 성이 차지 않았던 본보는 오래 전부터 한인사회에 대한 자체조사를 구상해왔지만 언감생심일 뿐 많은 인력과 경비에 막혀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체조사가 필수적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실행에 옮기는 것이 좋고 조사 주최는 한인사회의 최대 언론사인 한국일보가 맡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본보는 지난해 말 서북미 동포사회의 설문조사를 2006년의 최우선 사업으로 정하고 준비를 서둘렀다.
이 같은 결정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도움이 답지했다. 본국의 재외동포재단을 비롯, 퀸텟 융자, 조앤 송 부동산, PI뱅크 등 한인사회 업소들의 협조로 조사작업에 필요한 최소한의 경비가 쉽게 마련됐다.
설문 작성, 전화번호부의 김씨 샘플링 및 본보 애독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차출작업, 사회학 교수 섭외 등 준비작업을 본격적으로 서두른 본보는 지난 주말 수천 장의 한-영문 설문지가 인쇄돼오자 전 직원이 총동원돼 이를 반송봉투와 함께 넣어 하루만에 발송했다.
다음 순서는 현장조사였다. 역시 전 직원과 워싱턴대학 한인학생회(KSU) 회원 15명이 린우드, 에드먼즈, 페더럴웨이, 타코마 등 각 지역 한국 식품점을 중심으로 3주에 걸쳐 현장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이번 설문조사의 총괄 실무역할을 맡은 필자는 한인들의 반응이 어떨지 내심 몹시 걱정스러웠다. 타 도시의 예로 볼 때 조사에 임하는 한인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자의 그런 생각은 기우였다. 지난 4∼5일 처음 나간 현장 설문조사에서 한인들의 반응은 우려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매우 뜨거웠다.
조사요원들의 설명을 들은 쇼핑객들은 기꺼이 시간을 쪼개 설문지를 기입해줬다. 조사에 참여하고 싶으니 설문지를 보내달라고 본보에 전화를 걸어온 분도 있었다. 이틀동안 8백매 이상의 설문지가 모아져 나머지 두 주말 분의 현장조사를 기꺼이 취소했다.
이번 주 들어 우편설문도 하루 평균 1백장 이상 반송되고 있어 10%의 회수율을 생각한 필자의 계산이 크게 엇나가고 있다. 이런 추세면 총 1천2백 매 이상 회수될 것이 확실하다.
‘자기 밥그릇은 자기가 챙겨라’는 말이 있다.
이번 설문조사는 한인사회의 과거·현재·미래를 올바로 조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류사회에 한인사회 몫을 당당하게 요구할 구 있는 자료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필자는‘취지가 좋으면 한인들의 반응도 좋다’는 점을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실감케 해준 현명하신 응답자들께 존경의 뜻을 표하고 싶다.
/방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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