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8일 UCSF 병실에 재입원한 아버지 이병환씨(오른쪽)와 신장을 기증한 아들 이주형씨.
병든 부모 대신해 가정경제 꾸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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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들어 일하지 못하는 아버지를 대신해 가정경제를 맡아 꾸려가던 아들이 신장(콩팥) 1개를 아버지를 위해 기증한 후 요양을 위해 일을 못하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부모와 자식 사이라고 해도 선뜻 자신의 장기 일부를 떼어주는 것이 어려운 메마른 세태에서 이주형씨(31ㆍ샌프란시스코 거주)는 신장기능이 정지돼 생명이 위태로운 아버지 이병환(59)씨를 위해 선뜻 장기를 기증했다. 콩팥이식 수술은 지난 2일 샌프란시스코 UCSF 병원에서 이뤄졌다.
3시간에 걸친 대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아들의 몸 일부를 받은 아버지와 생명의 일부를 아버지에게 준 아들은 나흘간 병원에 입원 후 지난 6일 퇴원했다. 아버지 이씨는 당뇨가 심해 수술후 부작용이 나타나 8일 오후 UCSF에 재입원했다. 다행히 아들은 별다른 부작용은 없으나 수술 후유증으로 요양이 필요해 평소 일하던 식품점과 덴탈랩에는 나가지 못하고 있다.
아버지 이병환씨가 병고에 시달리게 된 것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에서 당뇨병으로 10년간 식이요법을 해오던 이씨는 부인 김정숙(54)씨 및 2남1여의 자녀들을 데리고 99년 도미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인슐린이 조금 남아있어 미국에 정착한 후 몇개월은 맞았지만 그마저 다 떨어진 후에는 의료보험이 없어 병원에 갈 꿈도 꾸지 못했다.
고달픈 미국생활에서 이씨는 식품점 등에서 밤 11시까지 일했지만 3개월만에 쓰러지고 말았다.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고 샌프란시스코의 저소득층을 위한 아파트에서 요양하던 이씨는 3년 전 밤에 갑자기 숨을 쉬지도 못할 만큼 심한 통증으로 무작정 카이저 응급실로 실려갔다.
아버지 대신 가정을 책임진 장남 이주형씨는 일하던 그로서리 주인의 소개로 루비황씨를 만나 주정부가 제공하는 메디칼(Medi-Cal) 혜택을 주선받게 되었다. 그후 인슐린 주사와 신장투석을 시작했지만 아버지의 병세는 더욱 악화돼 몸이 크게 붓고 눈도 잘 보이지 않아 제너럴 하스피탈 의료진으로부터 신장이식을 받지 못하면 생명이 위태롭다는 경고를 받았다.
아직 미혼인 장남 이씨는 의사의 말을 듣자마자 선뜻 자신이 먼저 나서 장기이식에 필요한 신체반응 테스트를 시작했다. “아버지를 위해서라면 당연한 일”이라는 이씨는 6개월 전 테스트를 끝냈고 이식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게됐다.
아버지의 오랜 투병생활 이외에도 이씨 가족은 2년 전 외동딸이 교통사고로 숨지는 등 미국생활은 형언하기 어려운 시련의 연속이었다. 어머니도 몸이 아파 일하기 힘든 사정에서 이주형씨는 동생 이준형씨와 함께 2개의 직장을 밤낮으로 뛰며 부모를 극진히 봉양하고 있다.
아들 이주형씨가 4년간 출석중인 ‘섬기는 교회’의 정정일 목사는 “주형군은 요즘 젊은이답지 않게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해 부모를 극진히 모시는 효자”라면서 “어려운 환경을 절대 내색하지 않고 교회에서도 청소를 맡는 등 숨어서 봉사하는 아름다운 청년”이라고 말했다.
약 한달 보름전부터 아버지와 어머니가 출석중인 실로암장로교회의 유진상 목사는 “부모 자식간이라도 마음이 하나로 모이기 힘든 세상에서 젊은이가 아버지를 위해 지체를 떼어준 일은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환경을 뜷고 피어난 이씨 가족의 사랑에 감동한 주위의 뜻있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한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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