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지는 행장 없다”
(4)경영진도 문제다 - 책임경영 부재
감독국 제재도 어물쩍 넘어가
옵션 챙기기·자리보전은 큰관심
명확한 비전 없이 과거방식 고집
최근 한인 은행들의 경영 구조 위기는 이사회가 제몫을 다하지 못하고 전횡을 일삼아 온데 상당 부분 기인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행장으로 대표되는 경영진 스스로의 책임도 크다는 시각이 많다. 책임의식 부재와 자리 보전에만 급급한 태도 등 경영자들의 문제도 한인 은행 경영 구조를 어지럽게 만든 큰 요인이 되어왔다는 것이다. 한인 은행계 전체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경영진의 문제점들과 위기 극복을 위한 바람직한 방향 등을 짚어본다.
■경영실책 떠넘기기
한인 은행 경영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보다도 ‘책임지는 행장’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은행계에서 뜻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고 있는 점이다. 한인 은행 행장들은 은행의 문제나 경영 실책 등에 대해 책임을 지는 풍토가 결여돼 있다는 것이다.
여러 한인 은행들이 MOU나 C&D 등 은행 감독국의 제재를 받았거나 받고 있으나 은행 운영의 최고 책임자인 행장이 이에 대한 책임을 진 경우는 없었다는 게 대표적인 예다.
한 은행 주변 관계자는 “그간 감독국 제제를 받은 한인 은행의 행장이 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거나 하다못해 감봉 같은 징계라도 받은 경우가 언제 한 번 있었느냐”며 “감독국 제재는 곧 문제 은행으로 지목 당하는 것인데 최고경영자인 행장이 이에 대한 책임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 큰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BSA 이슈로 제재를 당한 한인 은행의 경영자들이 이를 ‘한인 사회와 한인 고객들의 관행’에만 핑계를 돌릴 뿐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관리 부재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한인 은행 경영자들이 책임지는 것에 얼마나 둔감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비전과 능력 부족
한인 은행 경영권이 흔들려온 데는 이사회와 경영진과의 관계 정립에서 구체적이고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이사들을 설득해 이사회의 전횡을 막을만한 능력이 부족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한인 은행 규모의 급성장과 더불어 경영 방식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으나 일부 행장들의 경우 과거 경영 방식에만 안주해 있으며 자신의 입지 약화를 우려해 90년대의 한인 은행 경영 환경과 현재의 경영 환경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 이사회 주변 관계자는 “일부 한인 행장들의 경우 제시하는 비전이라는 게 지점 내고 예금, 대출 얼마 늘리겠다는 게 사실상 전부인 셈”이라며 “비전문가 이사의 눈으로 봐서도 듣기 좋은 이야기만 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은행 이사들 사이에서는 지난 5년여간 한인 은행들이 급성장세를 보이며 커온 것도 경제와 시장 상황이 좋았기 때문이지 경영진이 잘해서가 아니라는 말도 쉽게 들리고 있다. ‘행장을 누구를 시켰어도 그만큼은 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자기 앞가림만 급급
한인 은행가에서는 일부 행장들이 뚜렷한 경영철학과 장기적 비전 없이 자기 몫 챙기기 위한 단기 실적에만 급급한 태도를 지적하고 있다. 행장들이 자리 보전과 자기 보너스 및 옵션 챙기기에만 지나친 관심을 가지는 태도가 경영자들에 대한 불신을 불러온 원인이라고 보는 것이다.
일부 행장들의 경우 연말만 되면 이사들과 보너스 협상하는 데만 관심을 보이고 다른 행장들보다 액수가 적다고 불만이나 표출하는 행태로 주위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해말 한 행장은 은행이 어려운 상황에 있는데도 행장 보너스와 옵션을 올려달라는 요구를 했다가 이사회에서 거부당한 일도 있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한인 은행계 전체의 실적 평균이나 주주 이익 등을 고려치않고 무조건 은행 이익의 몇 퍼센트를 수십만 달러씩 챙겨가 대부분 연봉보다 보너스가 더 많게 되는 관행도 문제”라며 “이렇다보니 은행권 일부에서는 ‘행장만 너무 많이 챙겨간다’라는 인식이 팽배한 것도 사실 아니냐”고 말했다.
<김종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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