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장씨가 최저임금 노동자가 살아가야 하는 고단한 일상을 털어놓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서준영 기자>
집중취재 ‘LA에서 최저임금으로 생활하기’
한달 총수입 $1,500… 아파트비 $1,000… 외식은 월남국수도 부담
코리아 타운내 한 업소에서 최저임금 노동자로 일해 온 김준장(63)씨.
주 6일, 매일 9시간 넘게 한 달을 일하고 오버타임을 합한 김씨의 월 급여 평균은 1,500여달러로 아파트 렌트비 1,000달러를 내고 나면 숨쉴 틈도 없을 정도다. 게다가 냉장실에서 장시간 일하면서 얻은 후유증에 시달려 온 김씨는 얼마 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진열대에서 떨어진 꽁꽁 언 고기상자에 맞아 어깨 인대와 무릎 연골을 크게 다쳐 결국 일을 그만두고 부인이 벌어오는 최저임금 수입에 의존하는 처지가 됐다.
멕시코 출신 서류미비 이민노동자 세자르 크루즈(38) 역시 최저임금 노동자. 타운내 한 식당에서 일하는 그의 한달 수입은 1,300여달러로 피자가게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부인이 벌어오는 800달러를 합해 한달을 버티고 있다. 하지만 이중 200달러는 매달 고향의 부모에게 송금해야 하는 형편이고, 얼마 후에는 딸이 태어날 예정이어서 이래저래 걱정이 크다.
‘시간당 6달러75센트’. 최저임금 노동자들이 신음하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아파트 렌트비에 최근에는 개스 값 마저 하루가 다르게 오르다 보니 하루하루가 고달픈 생활의 연속이다. 고개만 돌려보면 웰빙이니 뭐니 하면서 삶을 즐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건만 이들은 현재 일하는 직장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온갖 힘겨운 환경을 참아내야 하는 것이 여간 서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의 뒷바라지를 남들처럼 해주지 못하는 현실은 더욱 가슴 아프다.
만약 체류신분마저 불투명하면 사정은 훨씬 어렵다. 요즘에는 괜히 불체자를 고용했다가 문제가 발생할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업주들이 늘면서 취업전선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부 몰지각한 업주들의 비인간적인 언행은 가뜩이나 시린 가슴을 더욱 멍들게 만들고 있다.
김씨는 “직원들 사이에선 냉동실 근무를 ‘아오지 탄광’이라고들 한다”며 “발이 퉁퉁 붓는 동상에 걸리고도 해고될까 두려워 병원 가겠다는 말조차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한국에서 교사생활을 하다 왔다는 그는 또 “월남국수집 가는 것이 우리 가족 최대의 외식”이었다며 “이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놀만디와 베니스의 월 575달러짜리 스튜디오에 사는 크루즈 가정의 올해 가장 큰 꿈은 침실이 따로 있는 아파트로 이사 가는 것. 크루즈는 “멕시코에서 대학까지 졸업한 내가 이렇게 살아간다는 것에 자괴감을 느낀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주거비(렌트비 575달러, 식비 400달러, 교통비 200달러, 통신비 120달러)에 200달러의 송금까지 하고 나면 항상 허탈함을 느낀다는 크루즈는 딸이 태어나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멕시코로 돌아갈 생각이라고 고개를 떨궜다.
자신을 돌아볼 시간도 없이 살아가는 이들의 꿈은 매우 간단하고 소박했다. 현재보다 조금 더 많은 봉급과 아이들에게 보다 나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 살아남기 위해 사는 인생이 아닌 희망과 꿈을 갖고 살아가는 여유를 바라고 있었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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