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시작된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파동은 새해가 왔는데도 아직도 끊임없이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에서 ‘빨리빨리’ ‘많이많이’ 문화와 과학 흥행주의의 문제점이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때늦은 얘기지만 이것이 연극이라면 처음으로 돌아가 각본을 새로 쓰고 싶은 것은 모든 국민이 함께 느끼는 심정일 것이다. 어느 날인가 신문과 TV에 황 교수의 사진과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을 때부터 우리 나라 사람도 어쩌면 노벨 과학상을 탈 수 있는 확률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우리 머리 속에 자리잡고 있었나보다. 수려한 모습에 그의 목소리나 말들은 처음부터 우리 마음속에 들어와 우리 귀에 환상을 만들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거기에 더해 정부도 과학의 영역에 가상의 명예의 허공 누각을 짓고 황 교수를 그 안에 넣어 영웅을 만들었다는 데도 문제가 있다.
줄기세포 논문이 조작됐다는 뉴스가 나오던 그날부터 시간이 갈수록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가는 듯한 공허감에 우리 국민들은 떨고 있다. 명예와 성공, 돈 욕심에다 정부와 주위 여건이 그를 파도에 밀려보내듯 건널 수 없는 다리까지 가게 한 것인지, 그 동안 그는 어디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한국의 거부 이병철 씨가 죽기 전에 했다는 얘기가 생각난다. 자기가 죽으면 양손을 관 밖에 내놓아서 떠나갈 때는 맨손으로 가는 것을 사람들에게 교훈으로 남겨서 살아있는 동안 돈이나 모든 것에 욕심을 부리지 말고 살 것을 당부했다는 얘기가 있다.
우리는 멀리 외국에 떨어져 살아도 한국을 생각하는 마음은 항상 함께 했고, 그래서 마음이 더 아프다. 살다가 많은 기대했던 마음들이 도미노의 첫 번째 블록에 기대어 있다가 한 개씩 모두 와르르 차례로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이 일을 계기로 장애 환자나 중환자에 대한 미안함은 잠시 옆에 두고 많은 과학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연구에 참여해서 확실한 좋은 결과를 발표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이혜란/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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