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의 힘은 무한상상에서 나온다. 짧은 시간에 사람의 인식을 바꾸고 가슴을 데우는 것이 만화이다. 요즘 서점을 가보면 ‘망가’(일본만화) 섹션이 적잖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비디오전문점을 가도 ‘애니메’(일본 애니메이션)가 판을 친다.
1959년 애니메 ‘매직 보이’가 미 극장가에 처음 개봉한 이후, ‘드래곤 볼’ ‘공각기동대’, 아카데미 수상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애니메의 힘은 커져만 간다. 애니메의 약진에 힘입어 망가의 힘도 커져간다.
망가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바로 다양성에서 나온다. 일본에는 다양한 만화가 공존하며 서로를 풍요롭게 한다.
의학박사출신 데스까 오사무가 그린 ‘번개소년 아톰’같이 창공과 우주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공상과학만화부터 폭력성과 선정성으로 비난받는 성인만화까지 다양한 만화가 출판된다. 심지어 공상과학만화의 설정들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만화도 있다. 물론 이런 설정은 모두 ‘과학적’으로는 거짓임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만화가가 천대받던 우리 어린 시절과는 영 딴판이다. 한국의 만화와 망가는 판이한 환경에서 성장해왔다. 일본인들은 망가를 하나의 예술로서 인정한다. 망가 출판사마다 신인발굴에 힘쓰고, 신인작가로 등단하면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2차 대전으로 패망한 직후 일본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되찾아준 것이 ‘망가’였기 때문이다.
미국인의 만화사랑은 말할 것도 없다. 1897년 일요일판 신문에 ‘옐로우 키드’라는 코믹스(스토리만화)가 컬러로 처음 실렸고, 이후 찰리 브라운, 가필드 등 인기작이 생산됐다.
만화는 이미 예술의 한 독립된 장르가 되었다. 문화와 사고방식을 전파하는데 큰 기여를 하는 매체가 되고 있다. 할리웃 영화계가 만화를 영화화하느라 바쁘고, 한국과 일본도 만화를 원작으로 한 TV드라마와 영화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예 미국 신문들은 젊은 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일본 망가를 싣는다고 한다.
만화가 지니는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만화의 힘은 캐릭터에서 나온다고 말하고 싶다. 아무리 만화주인공과 이미지가 같은 배우가 나와도, 영화는 만화의 힘을 잃는다. 만화에 현실성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화의 캐릭터 창조는 아무나 해내기 힘든 작업이다. 작가정신이 투철해야 한다. ‘사람들이 왜 만화를 보는가’라는 근본적 물음에 충실해야 한다. 애니메이션 ‘이온 플럭스’를 창조한 피터 정씨가 한 말이다.
비단 만화에만 해당하는 물음은 아닌 것 같다. 음악도, 미술도, 과학도, 그리고 글을 쓰는 나도, ‘사람들은 마음으로 작품을 본다’는 걸 기억해야 할 것 같다.
하은선 특집1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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