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칼럼
최근 언론에 탑뉴스를 장식하는 줄기세포 조작 논란은 민족적 자긍심과 희망으로 들뜨던 우리들에게 심각한 실망을 안겨주었다. 한 개인의 작은 부족이 이토록 크게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이미 인간 자체보다도 커져버린 명성, 이미 실제보다 너무나도 커져버린 환상적인 희망이 깨어지는 모습에 우리는 실망한다. 위대하고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미래와 비젼이라는 새로운 공감대를 발견하고 온국민이 순식간에 함께 느껴 본 행복감이 사실은 꿈이었음을 발견하는 순간, 현실로 복귀하며 갖게 되는 이 감정들이 꼭 실망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거짓을 발견하며 얻는 실망은 언제나 과거에 대한 실망이고 진실을 알게 되며 얻는 것은 희망인데, 진실은 지금과 미래이기 때문이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줄기세포 조작에 사용된 정도의 부정직은 우리 온 한국민이 매일매일 규칙적으로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일이 아닌가. 위로부터 아래까지 이 정도는 아무 문제도 아니지 아닌가 말이다. 나라와 국민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고 벌금으로 수백억을 토해 내야 할 사람들이 재산이 없다고 뻔뻔히 굴어도 버젓이 대접을 받고 멀쩡히 고개를 들고 살 수 있을 만큼, 우리는 부정직함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 시장에서 거스름돈을 더 받고 모른 척 가지고 나가도 양심에 가책이 느껴지기는 커녕, 참 잘한 일 이라고 친구들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이 요즘 우리들의 모습이 아닌가. 딸아이가 바느질 숙제를 못해서 쩔쩔맬 때, 어떻게든 자신의 힘으로 마칠 수 있도록 돕기보다는 호롱불 밑에서 엄마가 대신 해 주는 것이 미덕으로 알고 있는 우리어머니들의 모습 아닌가. 잘 안되는 비즈니스를 적절한 값에 파는 것이 아니고 터무니 없는 값을 받고 넘겨, 믿고 산 이가 어려움을 겪는 정도를 넘어서 삶의 기반을 잃고 좌절하여도 좋은 값에 잘 팔았다고 칭찬 받는 세태가 아닌가. 우리는 이렇게 부정직한 사람들이다.
교육을 하는 사람으로서 미국교육이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보는 점은 어릴 때부터 정직성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이라고 다 정직하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시스템이 엄해서 시스템 테두리 안에서는 거짓과 조작이 쉽지 않게 되어있으며, 발견되면 그 벌이 중하며 한번 겪은 부조리는 곧바로 시스템에 적용되어 재발을 막도록 하고 있다. 우리도 역사적으로 높은 윤리규범 속에 살아왔다고 배웠으며, 사람이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고 하루에도 여러차례 들으며 살지만 과연 얼마나 진실되고 정직하게 살고 있는 것일까? 믿는 도끼에 발등도 찍혀보고 믿었던 친구에게 배반도 당해 보면서, 참으로 모든 이들이 다 같은 방식으로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는 않는가.
이렇게 죄가 관용되는 사회에 내던져지는 우리의 자녀들은 과연 또 다른 조작 사태를 언젠가 일으키지 않을 정직성과 진실성을 간직할 수 있을까? 추앙받던 한 과학자가 몰락하는 모습 속에 씁쓸한 마음과 함께 할 말을 잊으며, 실망하는 학부모에게 묻게 된다. 과연 나와 당신은 저에게 돌을 던질 자격이 있습니까? 비록 그의 몰락은 그 개인에게 책임이 있겠지만 그 정도의 부정직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그런 세상, 도덕적 불감증에 빠진 세상을 함께 살아가면서 정직을 몸소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도 책임이 있다. 그래야 만 했을 이유가 무엇이었건, 그리고 앞으로 규명될 진실이 어떤 것이던 간에 실망을 끼친 주체들은 이 일을 통해 크게 각성함과 더불어 큰 댓가를 치를 것이 분명하다. 이제 문제는 나와 내 이웃에게 있다. 진실은 살아남고, 거짓은 발견된다는 이 진리를 또 한번 발견함으로써 우리에게는 새로운 희망이 있다. 그리고 부정직을 실천하는 생활방식을 새로운 각성을 통해 청산하고, 정직성과 진실성을 실천하는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사는 모습을 우리의 자녀들과 2세들에게 보여 주는 것이 필요하다.
양민 <닥터양교육센터 대표·공학박사>문의 (213)386-4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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